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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가 정신대ㆍ성노예에 격분한 까닭은

입력
2020.05.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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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 What] 위안부, 정신대, 성노예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대구=왕태석 선임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대구=왕태석 선임기자

“‘정신대’와 ‘위안부’가 다르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두 용어가 같은 건 줄로만 알고 살았네요”

2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입니다. 글쓴이는 그간 정신대와 위안부 차이를 몰랐다며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할머니 기자회견으로 두 용어가 엄연히 다른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이 적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 할머니는 전날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신대는 공장에 갔다 온 할머니들”이라며 “공장에 갔다 온 할머니하고 위안부하고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두고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위안부를 이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대협은) 정신대 문제만 하지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모금의 대상으로 사용했나, 이걸 생각하니 자다가도 일어나서 운다”고 덧붙였죠. 정신대와 위안부의 성격이 어떻게 다르길래 이 할머니가 이렇게 격분한 걸까요.

같은 듯 다른 정신대ㆍ위안부

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이 열린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이 실시간으로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이 열린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이 실시간으로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정신대(挺身隊)는 ‘일본 국가(천황)를 위해 솔선해서 몸을 바치는 부대’라는 뜻으로 일제가 노동력 동원을 위해 만든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 남성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일제가 국내 미혼여성을 군수공장에 강제 취역시킨 건데요. 노동부대에 가깝습니다.

위안부(慰安婦)는 ‘일본군 위안부’가 정식 명칭입니다. 일본이 만주사변 이후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할 때까지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돼 일본군의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했던 여성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일부에서는 이 위안부라는 용어에 작은 따옴표를 붙여 쓰곤 하는데요. 용어에 담긴 ‘군인을 위로하는 여성’이라는 의미가 일본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다’라는 강조 표현으로 작은 따옴표를 붙이는 겁니다. 또 위안부라는 용어는 강제 동원이라는 부정적 성격을 감춘다는 지적도 있어 작은 따옴표를 붙여 쓰곤 하죠.

 1990년대 초에는 두 단어를 섞어 썼다는데 

윤미향 당선인이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1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서재훈 기자
윤미향 당선인이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1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서재훈 기자

정신대와 위안부, 이 두 용어는 1990년대 초반에는 의미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섞여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정신대에 동원된 여성이 다시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대협이 위안부와 정신대 사용이 명확히 구분되기 이전에 결성됐기 때문에, 정신대 피해자만을 위한 단체라는 이 할머니 주장은 오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26일 오전 방송에서 “30년간 위안부 문제만 집중한 단체(정대협)에 왜 정신대 문제만 신경 쓰지 위안부를 끌어다가 이용했냐는 건 뜬금없는 이야기”라며 “누군가 자신들 입장을 반영한 왜곡된 정보를 할머니께 드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이 결성된 건 1990년이었는데요. 정대협은 애초 국내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하기 위해 결성됐지만 결성 초기 위안부 대신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때가 1990년대 초반, 정신대와 위안부 용어가 섞여서 사용되던 시기인 것이죠.

정의연은 이 할머니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내고 “1990년대 초 정대협 활동 당시 위안부 피해 실상이 알려지지 않아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정대협은 처음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활동해온 단체”라고 밝혔습니다.

 할머니가 발끈한 ‘성노예’는? 

이후 2018년 이 단체의 후신인 정의연이 결성됐고, 기존 정신대라는 용어를 단체명에서 삭제했는데요. 정신대 대신 사용한 공식 용어는 위안부가 아닌 성노예(sexual slavery) 입니다. 간혹 용어 설명 등에서 위안부라는 표현을 사용하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거죠.

이 할머니는 정의연이 공식적으로 사용 중인 성노예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표했는데요. 기자회견에서 “내가 왜 성노예냐”라며 “(정의연에) ‘그 더러운 성노예 소리를 왜 하냐’ 하니까 ‘미국에 들으라고, 미국사람들 겁내라고’ 하더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정의연은 입장문을 내고 “성노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실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개념으로 국제사회에서 정립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는 성노예, 실제 국내에서 자주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이 할머니 지적처럼 용어 자체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인데요. 그럼 국제사회에서는 성노예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가 뭘까요? 유엔(UN)에서 성노예를 공식 용어로 쓰는 건 군ㆍ국가권력에 의한 전시 성폭력이라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적 성격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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