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SNS에 “경찰, 그 뒤에 음료수 값 지불해” 설명했지만
“명백한 도난, 누가 결제했나… 법 어기면서 법 집행?” 비난 봇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의회를 대신해 직접 제정하려 하는 ‘홍콩 국가보안법(국보법)’을 두고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 조짐이 일면서 또 다시 경찰과 시민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 경찰관이 시위대를 진압하던 중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훔쳤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홍콩 경찰이 직접 해명에 나서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오후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소고백화점 앞에는 수천 명이 모여 국보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8인 이상의 집회나 모임이 금지됐으나 이처럼 시위대가 몰리자 홍콩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고, 현장에서 체포된 인원만 200여명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실시간으로 영상이나 사진 등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확산하며 국제 사회에 법 집행 명분으로 자행되는 경찰의 폭력 행위 등을 알리고 있다. 이중 시민들의 카메라에는 홍콩 경찰이 편의점에 들어가 음료수를 집은 후 자연스럽게 계산하지 않고 나오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이 영상이 퍼지면서 온라인에서는 “경찰이 도둑질을 해 법을 어겼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홍콩 경찰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같은 날 밤 늦게 ‘경찰관은 편의점에서 음료수 값을 지불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해명에 나섰다. 이 글에서 홍콩 경찰 측은 “온라인의 한 영상은 코즈웨이베이에서 법 집행이 이뤄지던 중 근처 편의점에서 결제 없이 음료수 한 병을 가지고 나오는 한 경찰관(Police officer)을 보여준다”라면서 “경찰(Police)은 그 뒤에 음료수 값이 지불됐다는 것을 명확히 하려 한다”라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는 경찰관의 절도 영상이 논란이 되자 홍콩 경찰 측에서 문제의 음료 값을 추후 지불하고는 해당 경찰관이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덮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 게시글 댓글에 도난 관련 법 내용을 첨부하며 “‘경찰’과 ‘경찰관’ 사이에는 아주 먼 차이가 있다, 누가 음료수 값을 지불했다는 건가”(An****), “법 앞에 평등 하라, 경찰관은 법정에 가라”(Si****), “뭘 명확히 한다는 거냐, 사과하고 처벌 받아야 한다”(At****) 등의 글을 남겼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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