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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아는 엄마 기자] 이래저래 아쉬운 온라인 수업

입력
2020.05.09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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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개학한 지 벌써 4주째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옷 갈아입고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켜는 모습을 보는 게 어느덧 꽤 자연스러워졌다. 처음엔 어색해 했던 아이도 이제 아무렇지 않게 매일 ‘방으로 등교’한다.

아이의 초등학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e학습터 사이트를 통해 학생들이 각자 동영상을 시청하고 과제물을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초기에 제기됐던 여러 우려들을 감안하면 다행히 비교적 빠르게 시스템이 안정화하고 학교와 아이들도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아이는 담임교사가 전 주에 미리 올려놓는 주간학습계획의 시간표에 따라 매일 4~6가지 과목의 동영상들을 클릭해 스스로 학습한 다음, 동영상 속 선생님이 얘기한 활동이나 e학습터 게시판에 담임이 제시해 놓은 과제를 마쳐야 한다. 완성한 과제 중 일부는 파일에 모아 보관했다 등교 개학 때 가져가고, 다른 일부는 사진으로 찍어 그 날 바로 게시판에 올린다.

동영상 시청은 그런대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요즘 초등학교에선 상당수 교사들이 실제 교실에서도 동영상을 활용해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학습 효과에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문제는 수업 중 진행되는 작품 제작이나 문제 해결 활동이다. 이를테면 미술 작품을 그릴 때 교실에선 아이들이 서로의 그림을 보고 의견을 나누면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간다. 학교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인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방에서 혼자 그림을 그릴 땐 결여될 수밖에 없다.

집에서 완성한 과제물을 학생들이 직접 사진으로 찍어 올리도록 하는 것도 배려가 아쉬운 부분이다. 학생들이 모두 개인 휴대폰을 쓰고 있다는 걸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처럼 휴대폰이 없는 학생들은 사진을 찍으려면 어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엄마아빠 모두 하루 종일 직장에 나가고 없으니 과제를 낮에 완성했더라도 부모가 퇴근한 뒤에야 e학습터에 올릴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며칠 전 아이와 함께 e학습터에 접속해봤다. 학급 게시판을 둘러보니 과제 제출 방법이나 수업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을 해결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 아침에 올린 학생의 질문에 교사의 답변이 오후 돼서야 올라온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과목마다 진도 맞춰 동영상 올리랴, 학생들 과제 사진을 일일이 클릭해 확인하랴, 담임이 혼자서 눈코 뜰 새 없을 테니 이해는 간다. 하지만 모르는 부분을 그때그때 해결하지 못하면 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 수학 같은 과목은 이런 방식의 온라인 수업이 비효율적이라고 교사들도 지적한다.

게시판에 아이들이 남긴 질문이나 댓글 가운데 ‘공개’로 설정된 걸 일부 살펴봤다. 올바르고 명확한 문장으로 쓴 글도 있지만, 인터넷 채팅 창에서나 쓸법한 표현을 담은 글도 있었다. 온라인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사전 교육 없이 정규 수업에 게시판이나 댓글을 사용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지도 의문이 생긴다.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커질 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공감한다. 온라인 수업의 방식과 내용 등은 학교나 교사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이웃 엄마들의 전언에 따르면 우리 동네만 해도 어떤 학교는 오프라인 수업에 버금갈 만큼 꼼꼼하게 계획표를 짜서 시행하는가 하면, 어느 학교는 상대적으로 엉성하다. 같은 계획표라도 얼마나 충실하게 지키느냐에 따라 아이들마다 학습 효과가 달라질 터다. 엄마들의 대처 방식 역시 제각각이다. 어떤 엄마는 매일 아이의 학습 진도와 과제를 꼼꼼히 확인하는데, 다른 엄마는 아이의 ‘자기주도’ 학습에 맡겨 놓는다.

부득이하게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한다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낫다. 하지만 여건은 아득하다. 대전 지역 중·고등학교의 쌍방향 수업 준비를 도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온라인 수업 지원단’의 한 대학원생은 “학생 수십명의 얼굴을 동시에 보기도, 학생이 수업을 실제로 듣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며 “효율적인 쌍방향 수업을 위해선 교사와 학생 모두 적어도 모니터를 2대 쓸 필요가 있고, 선생님의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사용 경험도 풍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원격의료와 함께 원격수업 도입도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생면부지의 바이러스가 다시 온다 해도 모든 학교가 언제든지 쌍방향 원격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공교육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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