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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6일간의 깜깜이 선거

입력
2020.04.0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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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종로구 이화동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선거벽보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종로구 이화동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선거벽보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9일부터 4ㆍ15 총선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됐다. 공직선거법 108조 1항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 기간 동안 유권자는 각 당이 내놓은 판세 분석에 의지해 선거 판도를 가늠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6일간 깜깜이 선거’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둔 것은 선거에 임박해 발표되는 여론조사가 선거 공정성을 해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여론조사 결과가 공평하고 정확하다 해도 어떤 식으로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정에서다. 가령 특정 후보가 이미 경쟁 후보를 따돌렸다는 정보가 나돌면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려던 유권자까지도 우세한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 뚜렷한 주관 없이 대세를 따르는 이른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경쟁에서 뒤지는 사람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언더도그(underdog)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 6일이라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원래 선거 여론조사는 공표 자체가 불법이었다. 그러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가 공식 허용됐다. 이어 1994년부터는 총선 여론조사도 가능해졌다. 다만 17일의 선거운동 기간에는 공표가 금지됐다. 지금처럼 선거일 전 6일간 금지된 건 2005년부터다. 외국에 비해 우리 규제는 과한 편이다. 미국ㆍ영국ㆍ독일ㆍ일본은 선거 당일 발표도 허용하고 있다. 스페인은 5일, 프랑스는 2일, 캐나다는 하루만 금지한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원회가 2016년 2일만 금지하자는 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흐지부지됐다.

□ 여론조사 공표 금지는 유권자가 응당 알아야 할 정보를 임의로 제한하는 셈이다. 유권자가 여론조사에 취약하다는 가정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론조사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오히려 부정확한 결과를 선별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억지로 틀어막다 보면 부작용이 생긴다. 가령 SNS를 통해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가 삽시간에 퍼지면 유권자는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러는 사이 언론은 두루뭉술하게라도 판세를 전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터다. 이럴 바엔 차라리 객관적인 여론조사를 선거 막판까지 공표하고 유권자가 참고하도록 하는 게 더 낫지 않나.

김영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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