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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받는다는데 “복당” “입당”…무소속 후보들, ‘김칫국’ 마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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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받는다는데 “복당” “입당”…무소속 후보들, ‘김칫국’ 마시는 이유는?

입력
2020.04.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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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 Why]이용주ㆍ김경진 “민주당 입당” …김태호ㆍ김현기 “통합당 복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저마다 ‘복당’ ‘입당’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당선이 되면 뛰쳐나온 정당에 다시 돌아가겠다거나 한번도 인연이 없는 당에 들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표심 끌기에 나선 겁니다. 이미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그 당의 후보가 있는데도 무소속 후보가 당을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이진 않는데요. 다소 뻔뻔해 보이기까지 하죠.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복당이나 입당을 불허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혔죠. 오지 말라는데, 왜 이들은 이토록 ‘짝사랑’을 이어가는 걸까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것이죠.

 짝사랑의 이유는 결국 지역주의였구나 

5일 오전 경남 합천군 가야시장 인근에서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에 출마한 무소속 김태호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경남 합천군 가야시장 인근에서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에 출마한 무소속 김태호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전남 여수시 여서동에서 무소속 이용주 후보와 공룡 인형으로 분장한 선거운동원들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전남 여수시 여서동에서 무소속 이용주 후보와 공룡 인형으로 분장한 선거운동원들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호남 지역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너도 나도 ‘민주당 마케팅’에 뛰어들었죠.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과 연결 고리를 만들어 민주당 지지세력을 끌어오겠다는 겁니다. 후보들은 현수막 색깔도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바꾸고 ‘민주당은 친정집이다’ ‘당선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이용주 후보(전남 여수갑)는 선거사무실 외벽에 ‘무조건 민주당에 입당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민주당 전남도당 선거대책위의 반발을 샀죠. 김경진 후보(광주 북구갑)는 8일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가 곧바로 정정하더니 다시 입당 의지를 드러내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습니다. 하루 만에 보도자료를 3번 보내는 헤프닝을 연출하기도 했어요. 전북 군산의 김관영 후보는 민주당 복당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답니다. 김 후보는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떠나 안철수 의원이 새로 차린 국민의당으로 들어갔고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서 당선됐죠.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 지역의 무소속 후보들은 미래통합당 입당을 약속하고 나섰죠. 김현기 후보(고령ㆍ성주ㆍ칠곡)는 7일 “당선되면 통합당에 복당해 문재인 정권 심판의 선봉장이 되겠다”고 했어요. 경남 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에 출마한 김태호 후보는 6일 거창읍 거창시장에서 개최된 거리유세에서 “당선되면 김태호가 바로 미래통합당이고 통합당 리더십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복당 의지를 드러냈죠.

 집 주인들은 “못 들어와” 하는데도…전례가 있으니까 

8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이해찬 중앙당 상임선대위원장(오른쪽)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이해찬 중앙당 상임선대위원장(오른쪽)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무소속 후보자의 복당·입당 선언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랍니다. 그 지역에서 막강한 힘을 지닌 정당을 들어가겠다고 강조하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안심 시키려 하는 것이죠. ‘저를 뽑으셔도 그 당 후보랑 다를 게 없습니다’ 하는 식이죠.

복당 선언 자체는 선거법을 어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경쟁력으로 당선이 쉽지 않은 무소속 후보에게는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선거 전략인 셈이죠.

이해찬 민주당 대표, 유승민 통합당 의원 등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한 전례가 여럿 있었던 것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정당의 불허 방침을 믿지 않는 겁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유권자 입장에서는 괜히 무소속 후보를 찍어서 당선되면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피해를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게 된다”라며 “무소속 후보가 복당·입당을 선언하면 유권자들은 선택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도 넘은 복당·입당 선언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요. 윤 센터장은 우리 정당 정치의 허약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유권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정당한 표를 행사한 것인데도 반복되는 복당·입당으로 한 표의 무게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며 “정당의 책임성, 유권자들의 신뢰성 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어요.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공천을 못 받으면 출마하지 말아야 하고, 무소속이면 특정 정당 성향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며 “공천 실패로 불가피하게 무소속 출마하는 것은 정당 정치와 조화된 모습은 아니다”라고 했지요.

공식 선거일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주요 정당들은 복당·입당 불허 방침은 점점 더 강경해지고 있습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8일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무소속 후보들을 정조준해 “이번 선거가 끝나고 우리 당을 탈당한 사람들이 민주당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다.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어요. 특히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으로 합류했던 인사들에 대한 복당은 쉽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당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죠.

다만 앞서 복당 불허 엄포를 놓은 통합당은 8일 무소속 후보 가운데 단일화 협상에 응해 통합당 후보로 승복하는 경우에는 당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거가 끝나면 당선된 무소속 후보들이 복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최 교수는 “선거 때는 지지세력을 응집시키기 위해 각 정당이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한 석이 아쉬워 지면 몸집을 불려야 하므로 결국 복당·입당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무소속 후보들의 복당·입당 선언은 치열한 선거판의 묘수일까요, 꼼수일까요. 무소속 후보들의 생존 결과도 이번 선거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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