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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反인신매매 단체 “텔레그램 n번방 본질은 ‘음란’ 아닌 ‘지배와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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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反인신매매 단체 “텔레그램 n번방 본질은 ‘음란’ 아닌 ‘지배와 폭력’”

입력
2020.04.0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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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리타쿰 코리아, 국회에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률안 신속 처리 요구 

'프로젝트 리셋' 활동가 정O(왼쪽), 대O씨가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9일 한국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설이 PD
'프로젝트 리셋' 활동가 정O(왼쪽), 대O씨가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9일 한국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설이 PD

반(反)인신매매 활동이 목적인 가톨릭 수도자 국제 네트워크 ‘탈리타쿰’의 한국지부가 최근 주범이 붙잡힌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물 제작ㆍ유포 사건’과 관련, 4일 국회를 상대로 조속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해당 사건이 사람을 상품 취급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현대 우리 사회의 병폐를 드러냈다면서다.

탈리타쿰 한국지부인 탈리타쿰 코리아는 이날 낸 입장에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 “우리가 주목하는 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특별히 반(反)사회적인 집단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공동체의 평범한 일원이라는 것과 이 사건이 텔레그램 n번방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라며 “이 사건에서 한 인격을 존중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사고 팔 수 있는 물품으로 여기는 가장 저속한 자본주의의 한 단면을 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처럼 타인의 고통과 비참에 대해 쉽게 눈감아 버리는 현대 문화의 폐해, 즉 ‘무관심의 문화’에서 비롯된 또 다른 폭력이라는 점을 통찰하며 이 시대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교황은 성착취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는 희생자들의 인간 가치를 완전히 해체하며 인간성에 반한 범죄라고 말씀하셨다”며 “이번 디지털 성범죄의 본질은 ‘음란’이 아니라 ‘지배와 폭력’이고, 인식의 전환을 위해 피해자의 목소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단체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들이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속죄하며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촉구한다”며 “사건에서 비난 받아야 할 이들은 무엇보다 그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포한 이들이며 동시에 이 콘텐츠를 구매하고 소비한 이들”이라고 했다.

이 단체가 바라는 건 일단 관련 입법이다. 단체는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성범죄처벌법의 한계를 개선한 법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률안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국회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 3차 가해로부터의 피해자 보호 및 피해자와의 연대 △성범죄 근절을 위한 시민단체와의 연대 △올바른 성 교육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을 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단체 회장인 공성애 수녀는 “성을 도구로 한 비인간적인 착취 구조에 희생된 피해자들의 깊은 상처와 아픔에 공감한다”며 “피해자의 목소리가 돼 함께 분노하며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리타쿰은 세계의 인신매매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세계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UISG)가 세계남자수도회장상연합회(USG)와 함께 설립한 단체다. 카톨릭교회 내 반인신매매 활동 단체들을 중심으로 2014년 2월 결성된 탈리타쿰 코리아는 현재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소속 위원회 형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다음은 입장 전문.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사건에 대한 탈리타쿰 코리아의 입장

탈리타쿰은 인간 존엄성을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인신매매 범죄에 저항하는 수도자들의 국제적 네트워크로 인신매매를 악의 결과로 보며 고통 받는 형제자매들과 연대합니다.

탈리타쿰 코리아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사건’(이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먼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이 사건으로 인한 몸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겠습니다.

다음으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들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속죄하며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촉구합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비난받아야 할 이들은 무엇보다 그 컨텐츠를 생산하고 유포한 이들이며 동시에 이 컨텐츠를 구매하고 소비한 이들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들이 특별히 반사회적인 집단이 아니라 우리 사회공동체의 평범한 일원이라는 것과 이 사건이 단지 텔레그램 n번방 안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이 한 인격을 더 이상 존중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사고 팔 수 있는 물품으로 여기는 가장 저속한 자본주의의 한 단면이라는 점을 볼 뿐만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타인의 고통과 비참에 대해 쉽게 눈감아 버리는 현대문화의 폐해, 즉 ‘무관심의 문화’에서 비롯된 또 다른 폭력이라는 점을 통찰하며 이 시대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교황님은 성착취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는 희생자들의 인간가치를 완전히 해체하며, 인간성에 반한 범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디지털 성범죄의 본질은 ‘음란’이 아니라 ‘지배와 폭력’이고, 인식의 전환을 위해 피해자의 목소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에 탈리타쿰 코리아는 기존의 ‘글로벌 인신매매 퇴치 행동계획’의 4가지 목표(4P- 예방 prevent, 피해자 보호 protect, 범죄자 기소 prosecute, 사회적 촉구 promote)와 함께 이번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현행 성범죄처벌법의 한계를 개선한 디지털성범죄 관련 법률안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국회에 요구합니다.

- 조사과정과 사회적 여론에서 2,3차 가해가 벌어지는 피해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내도록 함께 연대합니다.

- 성범죄자들이 죄에 대한 합당한 양형을 받아 반복되는 성범죄가 근절되도록 관련시민단체들과 함께 연대합니다.

-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잘못된 성의식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이루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의 아픔에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우리 사회에서 모든 형태의 성매매와 착취가 사라지도록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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