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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일자리 좌초 위기… 한국노총 “광주시 밀실협정 일관” 불참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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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일자리 좌초 위기… 한국노총 “광주시 밀실협정 일관” 불참 선언

입력
2020.04.02 18:14
수정
2020.04.02 23:5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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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셀프인사’ 등 문제 삼아.... 광주시는 “여러 요구 수용” 동참 호소

노사상생형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의 한 축인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2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참여 중단과 협약 파기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노사상생형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의 한 축인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2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참여 중단과 협약 파기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국내 최초 노사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일자리’가 출발하자마자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노사민정 4개 축 중 하나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광주형일자리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한국노총은 현재 붕괴된 노사민정 협약 시스템이 재정비되면 참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광주형일자리 사업의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에 앞으로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와 지역 노동계 인사 50여명은 2일 오후 2시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형일자리 불참’과 지난해 1월말 채택한 ‘노사민정 협약 파기’를 선언했다. 이들은 “광주형일자리가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추진되었으며 정치놀음으로 전락했다”며 “현대차와의 투자협정조건은 ‘사회적 대화와 상생협약’임에도 광주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집과 독선, 비밀협상으로 일관하면서 ‘노사상생발전협정서’를 스스로 먼저 파기했다”고 광주시를 맹비난했다.

이들은 “투명하지 못한 협상과 공정하지 못한 거래, 합리적이지 못한 인사라는 총체적 부실로 광주시의 재정파탄과 고용참사가 예견된다”며 “광주글로벌모터스 경영진은 자격미달로 보은인사 의혹이 짙다”고 퇴진을 촉구했다. 또 (공장설립) 공사대금과 향후 생산된 자동차에 대해 현대차와 위탁단가를 협상하고 거래할 책임자를 현대차에서 셀프인사를 했다고 비판하면서 “이쯤 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니 시민이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노사민정 협약 시스템이 완전 붕괴됐으니 중앙정부가 대대적으로 점검해 추진해 달라는 의미다.

한국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줄 것도 촉구했다. 이들은 “광주에서는 대기업이 고작 400여억원 투자에 그친 반면 부산 울산 구미에는 수천억원의 대기업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며 “상생형 일자리 성공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정부차원의 세밀한 점검과 대대적이고 혁신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밀실협약ㆍ몰래협약 전말 공개 △광주글로벌모터스 임원 새로 선임 △공사업체선정과 자금사용의 투명성 보장을 위한 시스템 구축 △원ㆍ하청 상생방안과 주거ㆍ교육ㆍ의료 등 공동복지 대책 마련 △1만2,000개 일자리 창출 계획 발표 등을 요구했다.

한편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이 예고된 이날 오전 이용섭 광주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노총에서 요구한 ‘(지난해)1.31. 투자협약서’를 공개하고 사회통합 일자리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시장은 “투자협약 내용에 본질적으로 위배되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노동계에서 협약 파기 이유로 내건 여러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동참을 촉구했다.

다만 이 시장은 한국노총의 핵심 요구사항인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시장은 “지난해 1월 31일 (광주시와 현대차 간의) 협약서 체결직전까지 수없이 논의를 거쳤고,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이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도록 최종 합의했었다”며 “협약서가 가장 중요하므로 이 협약을 준수한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는 광주형일자리 4대 원칙인 적정임금ㆍ적정노동시간ㆍ노사책임경영ㆍ원하청 관계 개선 가운데 ‘노사책임경영’ 분야에서의 한국노총 요구안이다.

이번 한국노총의 불참선언은 광주형일자리 사업 출발부터 내재된 한계가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광주형일자리는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존 자동차 업계 종사자의 절반 정도 임금(평균 3,500만원)을 받는 대신 지자체가 노동자의 주거, 의료, 교육 시설 인프라를 담당하는 구조다. 하지만 애초에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전기차 등 미래지향적인 사업 대신 큰 수요가 없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한다는 산업적 한계에다 결국엔 값싼 일자리만 양산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노동계의 우려가 처음부터 컸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광주형일자리 사업에 시는 앞장서는데 노사는 그만큼 적극적이었는지 의문”이라며 “사측도 미래형 일자리가 될 수 있는 비전에 투자해야 하는데 소극적이었고, 그러다 보니 노동계 입장에서도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협상테이블을 열어놓겠다는 광주시의 입장에도 한국노총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박상모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정책실장은 “노동이사제뿐 아니라 한번도 4대 의제를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며 “광주시는 협상테이블에 앉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원하청 상생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2대 주주인 현대차는 “광주형일자리 사업에 우리는 재무적투자자(FI)로서만 참여한 상황으로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4ㆍ15 총선을 앞두고 광주시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노동계가 기존에 주장하던 경영참여 보장과 원하청 문제해결로까지 나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류종은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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