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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 교과서 검정제도 통해 ‘독도 왜곡’… ‘한국의 불법점거’ 프레임 계속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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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 교과서 검정제도 통해 ‘독도 왜곡’… ‘한국의 불법점거’ 프레임 계속 활용한다

입력
2020.04.02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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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4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하면서 또다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 동북아역사재단 전문가들이 상, 중, 하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일본교과서왜곡 집중분석 <하> 심각한 수준의 독도 왜곡 

동북아역사재단이 만든 독도체험관에서 학생들이 독도와 주변해역의 자연조건을 재현한 독도 대형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북아역사재단이 만든 독도체험관에서 학생들이 독도와 주변해역의 자연조건을 재현한 독도 대형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 정부가 매년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우리의 촉각을 곤두서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독도에 관한 기술이다. 우리 땅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라거나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우리를 자극하고 있다. 3월 24일에 발표된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에서 본 바와 같이 모든 사회과 교과서(17종)에 일본의 잘못된 독도 영유권 주장이 기술되었다.

지난해 3월에는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가 있었는데, 초등학교 5,6학년 모든 사회과 교과서(6종)에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한 바 있다. 2021년과 2022년에 발표되는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결과에서도 독도에 관한 왜곡 기술이 기존 교과서보다 전체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일들이 어떠한 배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 독도 왜곡은 일본 정부가 주도 

우선 일본 교과서의 독도 왜곡 기술은 일본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주도로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교과서 출판사에서 교과서를 만들면 문부과학성에서 심의하여 합격 또는 불합격을 판정하는 교과서 검정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전에 교과서 집필의 기준이 되는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을 제시함으로써 교과서 집필의 방향과 내용을 정해준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08년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에 독도를 처음 명기하였고,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초ㆍ중학교 및 고등학교의 모든 주요 사회과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에 독도 관련 내용을 기술하였다. 이로써 일본 정부는 영토교육 강화라는 미명 하에 독도 교육의 의무화 내지는 교과서 독도 왜곡 기술의 기반을 완성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틀 안에서 실시된 지난 해의 초등학교와 올해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는 일본 교과서의 독도 왜곡 기술이 정착되었음을 보여준다.

 ◇ 교과서를 여론 확산 도구로 이용 

일본 정부가 교과서의 독도 기술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은 독도에 관한 여론을 대내외적으로 확산하기 위함이었다. 2005년 이른바 ‘죽도(竹島)의 날’을 제정한 일본 시마네현에서는 2004년부터 문부과학성을 상대로 학습지도요령에 독도를 명기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그들은 교과서를 독도에 관한 여론 확산의 도구로 활용코자 했던 것이다. 이는 한일 양국이 독도를 둘러싸고 심각하게 대립했던 2005년 당시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 학습지도요령에 독도를 명기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한 것에서도 볼 수 있다.

그 후 2013년 일본 정부는 내각 관방에 독도 등 영토 관련 총괄기구인 ‘영토ㆍ주권대책기획조정실’을 설치한 후 각종 교육 및 홍보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러던 중 일본 정부는 2014년 중ㆍ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을 갑작스레 개정하여 독도 관련 내용을 대폭적으로 늘려서 기술하였다. 일본 교과서의 독도 기술이 일본 정부의 독도 도발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 왜곡과 은폐, 일방적 서술 

일본 정부 주도의 행보는 일본 교과서의 독도 기술이 사실 왜곡과 은폐를 통해 자국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서술하도록 하였다. 일본 교과서는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인데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으며, 일본은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을 제안하고 있으나 한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 설치된 일본 '영토ㆍ주권 전시관'에 설치된 강치 조형물. 일본은 자국 어민들이 강치와 함께 평화롭게 살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강치 멸종이 일본인들의 남획 때문이었음은 외면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 설치된 일본 '영토ㆍ주권 전시관'에 설치된 강치 조형물. 일본은 자국 어민들이 강치와 함께 평화롭게 살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강치 멸종이 일본인들의 남획 때문이었음은 외면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그런데 1877년 일본 메이지(明治) 정부의 최고행정기관인 태정관(太政官)의 지령 등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가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증거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아울러 러일전쟁 중에 독도를 침탈한 것을 국제법에 따라 정당하게 영토 편입했다고 기술하거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독도에서 강치잡이 한 것을 마치 평화롭게 독도를 이용한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그 밖에 우리 어민들이 조업하고 있는 독도 주변 바다를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포함시켜 마치 독도가 일본의 영토인 것처럼 표시하기도 한다.

 ◇‘한국은 불법을 자행하는 국가’로 서술 

물론 한국이 광복 후 독도에 학술조사단을 파견하고 한국 어민들이 독도에서 실제로 조업한 것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1952년 한국 정부가 ‘평화선’을 설정하고 경비대를 파견하여 독도를 불법으로 점거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검정 통과한 중학교의 일부 공민 교과서를 보면, 이전보다 한국의 불법성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추가로 기술되었다. 예를 들면, 1952년 한국의 평화선 선언 등을 언급하며 ‘선박의 나포와 선원의 억류가 행해졌거나 사상자까지 발생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독도와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현황 관련 통계를 제시하며 마치 독도에서 벌어진 것처럼 교묘하게 기술하기도 한다.

지난달 24일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일본 중학교 교과서들.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쓴 뒤 일본 땅이라 주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일본 중학교 교과서들.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쓴 뒤 일본 땅이라 주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또한 국제법을 거론하며 일본의 정당성과 한국의 불법성을 대비시키며 한국의 ‘독도 불법점거’라는 잘못된 인식의 형성을 유도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일본 교과서의 독도 기술은 일본은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로, 한국은 불법을 자행하는 국가로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관계의 걸림돌 

요컨대 일본 교과서의 독도 기술은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독도 도발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일본의 교과서 독도 기술은 다양한 방법으로 집요하게 제기되는 독도 도발의 한 형태이다. 결국 이것은 심히 우려스럽게도 한일 양국의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까지 역사 및 사회적 갈등을 끊임없이 조장하고 그 대립을 증폭시킬 것이다. 그러기에 일본 교과서의 독도 왜곡 기술은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개선에 역행하는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심각한 수준에 이른 일본 교과서의 독도 왜곡 기술을 마주하며 또 다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홍성근(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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