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없는 ‘악플 바이러스’] 
 선거기간 아니어도 무차별 공세… 사안ㆍ표현 따라 유무죄 갈리기도 

유명 정치인들은 악성 게시글과 댓글(악플)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총선이나 대선 기간엔 과열된 선거분위기에 편승한 악플러들의 무차별적인 공세가 이어지고, 선거기간이 아닌 때엔 정상적 비판을 넘어선 인신공격성 글과 거짓주장을 온라인에서 수시로 접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악플의 일상화’는 정치인들의 숙명이 돼버렸다.

[저작권 한국일보] 정치인은 악플의 단골 피해자다. 온라인엔 정치인들을 겨냥한 각종 인신공격성 글과 거짓주장이 넘치지만, 이들은 공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 특히 선거기간에 나오는 악플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넘어 유권자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점에서 폐해가 매우 크다. 류효진 기자

한국일보가 최근 5년간 확정판결이 난 악플 관련 형사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많이 포함돼있다.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을 비판하기 위해 블로그에 허위사실이 포함된 글을 올린 A씨는 2018년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6년 11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굿판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같은 달 15일 ‘무당 굿판을 벌인 쪽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문재인’이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A씨는 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둘 다 간첩’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는 등 2017년 1월까지 15차례에 걸쳐 허위 또는 비방 글을 게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씨는 합성사진 사용, 자극적인 단어선택 등의 방법으로 여러 차례 허위사실을 게시해 피해자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비방 글을 올려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변희재씨도 2015년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변씨는 ‘안현수를 러시아로 쫓아낸 이재명 성남시장 등 매국노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가 시청 빙상팀을 해체해 결과적으로 소속 선수이던 안현수가 한국을 떠났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재판부는 ‘매국노’라는 단어가 단순한 논쟁ㆍ비판을 위한 표현이 아닌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이므로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직 국회의원의 허위 사생활이 담긴 사설정보지(지라시)를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유포한 전직 보좌관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2015년 한 국회의원과 관련해 ‘의원이 되기 전 중국에서 가요주점을 운영하면서 술 장사, 여자 장사를 했던 사람’ ‘여성을 만취상태로 호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했다’는 등의 내용을 39명이 모여있는 단체채팅방에 전송했다.

다만 정치인은 공인인 만큼 어느 정도의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도 적지 않았다. 2017년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하모씨는 1ㆍ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씨는 과거 송 의원이 베트남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5ㆍ18 20주년 기념식 전날 술집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술집 종업원의 주장 등에 착안해 “5ㆍ18엔 광주아다씨(아가씨) 품으로 지금은 러시아 아가씨 품으로. 앵길이 출세했네”라는 댓글을 달아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고소인(송 의원)의 공적 활동에 대해 비하적인 표현으로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는 사유로 광범위한 형사처분이 가해질 경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치인을 겨냥한 게시글이나 댓글에 약간의 과장이 섞여도 이를 무조건 허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도 있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국립의료원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쑈(쇼)래요” “대통령이 오는 날 소독 엄청 했대요” “위험하지 않은 격리된 곳” 등의 글을 ‘다음 아고라’에 남겼던 C씨는 1심에선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선 무죄가 났다. 법원은 “피해자가 의료진과 만난 곳은 메르스 환자 입원실과 격리돼 있어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할 필요가 없는 곳이고,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격리병상은 하루에 3번씩 소독한 게 사실”이라며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엔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의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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