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대동맥 터지면 10명 중 6명 병원 도착 전에 사망”

알림

“대동맥 터지면 10명 중 6명 병원 도착 전에 사망”

입력
2020.03.31 05:00
21면
0 0

[송석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래피드(RAPID) 시스템으로 국내 대동맥 수술 30% 시행

송석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대동맥 혈관벽이 여러 가지 이유로 부풀어 오른 대동맥류가 터지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기에 즉각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송석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대동맥 혈관벽이 여러 가지 이유로 부풀어 오른 대동맥류가 터지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기에 즉각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대동맥(aorta)은 혈관 중에서도 가장 굵고 가장 많은 양의 혈액이 흐르며 몸 한가운데를 관통한다. ‘몸속 고속도로’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대동맥 혈관벽이 여러 가지 이유로 1.5배 이상 부풀어 올라 돌기나 풍선 형태로 변하는 ‘대동맥류(大動脈瘤ㆍaortic aneurysm)’가 생기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대동맥류는 터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환자 대부분이 이를 알지 못한다. 배에나 가슴에 생긴 대동맥류가 터지면 10명 가운데 6명은 병원 도착 전에 목숨을 잃는다. 나머지 4명도 생명을 보장하기 어렵다. 대동맥류는 그만큼 무서운 병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대동맥혈관센터는 국내 대동맥 수술(매년 1,700여건)의 30% 를 시행하는 ‘대동맥 수술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그 중심에는 대동맥혈관센터 소장인 송석원(47) 심장혈관외과 교수가 있다. 지난해 대동맥 수술만 405건 시행한 송 교수는 “대동맥이 파열되면 큰 출혈이 생기므로 재빨리 병원으로 이송해 긴급히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대동맥류가 생기는 이유는.

“콜레스테롤이 혈관 내부에 끼어 점차 굳는 동맥 경화가 주원인이다. 동맥 경화가 생기면 염증 반응이 늘어나고 대동맥 벽이 점점 약해져 대동맥이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 오르는 대동맥류가 된다. 감염으로 인한 염증성 변화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자주 나타나며 고령일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다. 또 흡연 경력이 있거나 가족력, 하지 동맥 경화성 병변이 있어도 많이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도 중요 발병 인자의 하나다. 대동맥류가 생겼을 때 대동맥박리(대동맥 혈관 내부 파열로 대동맥 혈관벽이 찢어지는 현상)도 많이 발생한다.”

-대동맥류 전조 증상은 없는가.

“대동맥류는 터지기 전까지 이상 증상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증상이 거의 없는 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흉통, 등쪽 통증, 복부 팽만감, 복통, 허리 통증, 복부에서 심장이 박동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만 알아차리기 어렵고 이런 증상만으로 진단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될 때가 많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지름 5㎝가 넘는 대동맥류의 경우 파열을 막기 위해 스텐트 시술이나 개흉 또는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 이전에는 인조혈관을 동맥벽과 연결하는 인조혈관 치환술이 많이 시행됐다. 그러나 요즘 의료용 카테터를 혈관에 삽입해 대동맥 부위에 금속망으로 만들어진 인조혈관 스텐트 그래프트 기구를 삽입하는 최소 침습적 시술이 50%에 이를 정도로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인조혈관 스텐트는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돕고 동맥류가 커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수술보다 절개 범위가 작고 출혈이 적어 회복이 빠른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스텐트 그래프트 삽입술을 시행할 수는 없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대동맥혈관센터는 심장혈관외과를 비롯해 영상의학과(이광훈 교수), 마취통증의학과(남상범 교수) 등에서 30명 정도의 의료진이 긴밀히 협진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대동맥 혈관질환을 앓고 있으면 일반 수술과 중재술을 함께 시행할 수 있도록 혈관조영기기를 갖춘 최첨단 미래형 수술실인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 치료를 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래피드(RAPID) 신속 치료 시스템으로 대동맥질환자의 생존율을 높인다는데.

“실제로 대동맥 파열 환자 가운데 60%는 병원을 오는 도중에 사망하고 나머지 40% 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수술하다 목숨을 잃는다. 그만큼 대동맥류는 초응급질환이다. 그래서 강남세브란스병원 대동맥혈관센터에서는 365일 24시간 언제라도 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다. 특히 진단 시간을 줄이고 적합한 치료를 빨리 시행할 수 있도록 ‘래피드(RAPIDㆍRenovation for Aorta surgery with Pre-arrival Interdepartment Devotion) 신속 치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래피드 신속 치료 시스템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대동맥 관련 응급환자를 의뢰하면 대기하고 있던 대동맥혈관센터의 모든 팀원이 환자 자료를 공유해 이송되자마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신속히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검사를 진행해 치료 방향을 정하게 된다.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대동맥 수술 환자의 사망률을 크게 낮춰 강남세브란스병원 대동맥혈관센터의 수술 성적은 전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대동맥류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대동맥류의 경우 동맥 경화로 인해 흔히 발생하므로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또 음주와 흡연은 혈관 건강에 좋지 않으므로 삼가야 한다. 대동맥류는 전조 증상이 없는 질환이기에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속적인 주의만이 대동맥 파열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대동맥 구조]
[대동맥 구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