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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손 씻기는커녕 화장실 가기도 힘든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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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손 씻기는커녕 화장실 가기도 힘든 실정”

입력
2020.03.12 01: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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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 확산 위험 지대 콜센터 노동자 증언 및 기자회견에서 심명숙 서비스연맹 다산콜센터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 확산 위험 지대 콜센터 노동자 증언 및 기자회견에서 심명숙 서비스연맹 다산콜센터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로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나왔을 때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견된 인재일 수밖에 없는 근로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심명숙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서비스노조) 다산콜센터지부장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고질적인 콜센터 상담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수도권 최대 집단감염’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서비스노조에 따르면 콜센터 근무자들의 노동환경은 방역당국이 수 차례 강조해 온 △수시로 손 씻기 △2m 거리 유지하기 △잦은 환기 등 기본적인 국민위생수칙에 하나도 부합하지 못했다. 이윤선 서비스노조 콜센터지부장은 “상담원은 하루 100통이 넘는 콜을 처리하느라 수시로 손 씻기는커녕 심하면 4시간 동안 화장실에도 못 간다”며 “100명이 순번을 정해 화장실을 갈 정도”이라고 털어놨다. 수백 명이 밀폐된 공간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어 환기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고도 그는 전했다.

마스크 착용도 언감생심이다. 하루 8시간을 수화기를 붙잡고 말을 쏟아내야 하는 상담원에게 마스크는 되레 방해물이다. 이 지부장은 “보건용 마스크를 쓰고는 장시간 말하기도 힘들고, 고객도 알아듣기 힘들다고 항의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2m에 못 미치는 1인당 길이 120㎝짜리 책상에서 다닥다닥 붙어 앉은 근무환경은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업무형태와 맞물려 한번 침투한 바이러스가 비말(침방울)을 통해 숙주를 찾아가는 최적의 환경이었던 셈이다. 더욱이 마스크와 손 세정제 지급은 고사하고 열감시 카메라도 제대로 설치가 안된 곳도 허다하다.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의 배경에는 △최저 비용으로 도급을 맡기는 원청사 △재계약을 위해 실적 달성에 몰두하는 도급사 △각종 기준으로 실적이 평가ㆍ수당에 반영되는 비정규직 상담원이라는 도급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서비스노조의 주장이다. 관리자는 상담원이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통제하고 저임금의 상담원은 수당을 받기 위해 노동강도가 세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담원들은 몸이 아파도 당일 연차를 쓰지 못한다. 이 지부장은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구로 에이스보험 콜센터 상담원도 오후 4시에 몸의 이상을 발견하고 관리자에게 알렸지만 병원에 가지 못하고 6시 넘어서까지 근무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서울시가 관내 417개 콜센터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재택근무나 교대근무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폐쇄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겠다는 엄포를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비스연맹은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면 자가격리를 시행하고 휴업수당을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공공기관이 먼저 콜센터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그 사례가 민간기업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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