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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지킨 표준근로계약서…영화계는 75%, 방송계는 38%만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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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지킨 표준근로계약서…영화계는 75%, 방송계는 38%만 지켜

입력
2020.02.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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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종합촬영소 내에서 영화 '기생충'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제공. 연합뉴스
전주영화종합촬영소 내에서 영화 '기생충'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제공.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르며 화제가 된 가운데 방송ㆍ영화계의 표준계약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스태프와 제작사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준수하며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성명을 내고 “ ‘기생충’은 철저하게 표준계약서를 준수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려 노력하는 등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한 측면도 주목받았다”며 “같은 ‘영상’을 매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국 영화가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동안 한국 방송은 노동자의 권리를 탄압하는 동시에 점차 몰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제공의 기본인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비율에서 영화와 방송의 차이가 현격했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펴낸 ‘2018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74.8%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9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여 계약한 방송 노동자의 비율이 단 38.6%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설사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방송국이나 제작사의 이해관계에 맞춰 임의대로 수정하거나,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인터뷰 답변도 있었다.

영화 ‘기생충’의 제작 과정에서는 표준근로계약서의 작성뿐 아니라 아동ㆍ청소년 연기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도 취해졌다. 당초 계획되었던 주중 야외 촬영도 2018년 여름의 유례없는 폭염에서 어린 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해 야외 촬영을 중단하고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방송계에서는 여전히 스태프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다. 지난 4일 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했던 이재학(38)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PD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근로계약서도 없이 과도한 업무량을 소화해 오다 동료들의 인건비 인상을 요구했지만 2018년 4월 해고를 당했다. 그는 복직을 요구하는 1심 소송에서 패한 뒤 2주만에 세상을 떠났다. 2017~2018년 주 1회 1시간씩 방영되는 ‘아름다운 충북’의 책임PD였던 그의 월급은 160만원이었다.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PD의 유족들은 “프리랜서 PD라는 그럴싸한 이름에 비해 14년간 받은 대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고 비상식적이었다”며 “청주방송에서는 임원, 회장 개인 용무까지 봐줘야 하는 비상식적인 업무행태에도 스태프들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진정으로 한국 방송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면, 노동자를 착취하고 통제하는 대신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표준계약서 작성 없이는 한국 방송에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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