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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에 기 받으러 갔다가… ‘뽕짝끼’에 어깨춤이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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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에 기 받으러 갔다가… ‘뽕짝끼’에 어깨춤이 들썩

입력
2020.02.12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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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요센터 등 ‘기찬랜드’ 3개 박물관

산 전체가 수석 전시장처럼 기암괴석이 가득한 월출산. 산 아래 영암읍내다. 영암=최흥수 기자
산 전체가 수석 전시장처럼 기암괴석이 가득한 월출산. 산 아래 영암읍내다. 영암=최흥수 기자

명산일수록 좋은 기운이 서린 곳이라 내세우는 건 전국 공통이다. 기(氣) 싸움이라면 영암 월출산도 빠지지 않는다.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졌으니 국내에서 가장 기가 충만한 곳이라 자랑한다. 월출산 북측 자락에 ‘기찬랜드’라는 관광지가 조성돼 있다. 정체성이 다소 모호하다. 이름만 보면 월출산 기운을 듬뿍 선사할 곳 같은데, ‘기’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3개의 박물관만 있다.

그래도 요즘 기찬랜드에는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 덕분이다. 지난해 10월 개관했는데 때마침 불어닥친 트로트 열풍에 꽤 알려졌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여섯 살 꼬마 하춘화가 앙증맞은 표정으로 무대에서 노래하는 인형이 반긴다. 내부로 들어가면 고복수ㆍ김정구에서 시작해 신유ㆍ장윤정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트로트계를 이끈 가수들의 프로필이 벽면을 가득 채운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입구에 여섯 살 하춘화가 노래하는 모습의 인형이 세워져 있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입구에 여섯 살 하춘화가 노래하는 모습의 인형이 세워져 있다.
디지털 음악감상실 형식으로 꾸민 ‘종점다방’.
디지털 음악감상실 형식으로 꾸민 ‘종점다방’.
한국트로트가요센터 내부에 대한민국을 주름잡은 가수들의 프로필 사진이 걸려 있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 내부에 대한민국을 주름잡은 가수들의 프로필 사진이 걸려 있다.

‘종점다방’에서는 원하는 가요를 골라 들을 수 있다. 스크린으로 장식된 테이블에서 음악을 선택해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화면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잔으로 바뀐다. 일종의 디지털 음악 다방이다. 옆방은 노래방처럼 꾸며 직접 부른 노래를 CD에 담아갈 수 있다. 2층은 국민가수 하춘화 전시관으로 꾸몄다. 50년 넘게 가수 활동을 이어오는 동안 부친이 모은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다양한 무대 의상과 LP레코드부터 카세트테이프, CD 등을 전시하고 있어 대중음악과 기술의 변천사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기찬랜드의 하춘화 노래비.
기찬랜드의 하춘화 노래비.
영암읍 외곽에서 보는 월출산 풍경. 서쪽 방향이어서 이곳에선 달뜨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영암읍 외곽에서 보는 월출산 풍경. 서쪽 방향이어서 이곳에선 달뜨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영암아리랑 가사에 등장하는 몽양들의 학파저수지에서 보는 월출산. 산자락 왼편으로 달이 뜨는데, 날이 흐려 볼 수 없었다.
영암아리랑 가사에 등장하는 몽양들의 학파저수지에서 보는 월출산. 산자락 왼편으로 달이 뜨는데, 날이 흐려 볼 수 없었다.

전시장 밖에도 ‘영암아리랑’과 ‘월출산연가’를 새긴 하춘화 노래비가 있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영암아리랑 가사 중에 ‘서호강 몽해들에 풍년이 온다’라는 구절이 있다. 몽해들은 월출산 서편 서호면의 넓은 들판이다. 산 이름이 월출산인데도 정작 영암에서 월출산을 배경으로 달 뜨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몽해들의 학파저수지(서호저수지라고도 한다)는 지역에서 달 뜨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월출산의 우람한 바위 능선 왼편으로 잔잔하게 보름달이 떠오른다.

기찬랜드의 조훈현 바둑기념관. 천재 기사 조훈현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기찬랜드의 조훈현 바둑기념관. 천재 기사 조훈현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가야금산조기념관 앞에 악성 김창조 선생 흉상이 세워져 있다.
가야금산조기념관 앞에 악성 김창조 선생 흉상이 세워져 있다.

가요센터를 빼면 기찬랜드의 2개 박물관은 바둑과 국악 애호가에게 관심 있는 시설이다. ‘조훈현 바둑기념관’은 영암 출신 바둑 황제 조훈현의 생애와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가야금산조기념관’은 가야금산조를 창시한 김창조(1856~1919)의 음악과 가야금의 역사를 두루 조명한 시설이다. 가야금산조는 일정한 형식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가락을 연주하는 기악 독주곡이다. 여행으로 치면 발길 닿는 대로 머물고 떠나는 식이다. 음악감상시설이 있지만 헤드폰을 쓰고 쪼그려 앉아 들어야 해서 몹시 옹색하다. 잠시라도 편안히 누워 감상할 수 있다면 월출산의 기운을 듬뿍 받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영암=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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