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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기침에도 입국장 통과, 폐렴 아니라고 선별진료소 퇴짜… 두번 놓친 27번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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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기침에도 입국장 통과, 폐렴 아니라고 선별진료소 퇴짜… 두번 놓친 27번 환자

입력
2020.02.11 01: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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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 다녀온 27번 환자 지난달 24일부터 기침 증상

입국해 발열 인후통 심해 병원 찾았지만 독감 검사만

확진 늦어 시어머니까지 전염… 시흥 병원ㆍ마트도 발칵

9일 오후 경기 시흥시 매화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5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매화동의 한 학교가 확진자 발생에 따른 휴업 및 교내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 지나가던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임명수 기자
9일 오후 경기 시흥시 매화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5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매화동의 한 학교가 확진자 발생에 따른 휴업 및 교내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 지나가던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임명수 기자

중국 광둥성을 방문했다가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27번째 환자(37ㆍ중국인)는 중국에 머물던 지난달 24일부터 이미 감염 증상을 보였던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보건당국은 당초 이 환자의 증상 발현 시점을 이달 4일이라고 전날 발표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환자는 일찌감치 국내 선별진료소를 방문했으나, 증상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못했다. 시어머니인 25번 환자(73)역시 보건소를 방문한 첫날 검사시스템을 준비 중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 없이 귀가 조치됐다. 방역 체계의 허술함이 지역사회 전파 위기를 키운 셈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무역업에 종사하는 26번 환자(51)와 27번 환자는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중국 광둥성에 체류하다 지난달 31일 마카오를 떠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7번 환자는 광둥성 체류 중 확진자를 접촉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현지에서 많은 중국인을 만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중대본은 그가 일단 현지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광둥성은 9일 기준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1,131명으로 후베이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26ㆍ27번 환자는 중국 방문 이력이 있지만 마카오를 경유해 귀국했기 때문에 기본 검역만 받았다. 이에 지난달 24일부터 기침 등 신종 코로나 증상을 보였던 27번 환자는 발열이 없다는 이유로 바로 입국장을 통과했다. 부부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경기 시흥시 매화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27번 환자는 이후 9일 확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자택에서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25번 환자와 접촉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작권 한국일보}25~27번 환자 가족 이동경로. 그래픽=김문중기자/2020-02-10(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25~27번 환자 가족 이동경로. 그래픽=김문중기자/2020-02-10(한국일보)

현재까지 확인된 27번 환자의 외출은 3일 오후 7시30분 중국집(태양38년전통 그옛날손짜장) 방문과 5일 오후 3시30분 시흥시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 방문 두 차례다. 환자는 4일부터 뚜렷한 발열과 인후통을 느끼고 다음날 바로 진료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환자는 이날 인플루엔자 검사와 흉부방사선 촬영만 하고 신종 코로나 검사는 받지 못했다. 폐렴 증상이 없어 검사가 필요한 ‘의사환자’로 분류되지 않은 탓이다. 7일부터 확대된 ‘중국 방문 후 14일 이내 발열ㆍ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자’ 정의를 적용했다면 확진일은 훨씬 빨랐을 것이다.

27번 환자의 확진이 늦어진 사이 25번 환자에게도 6일부터 발열ㆍ기침ㆍ인후통 이상 증세가 시작됐다. 환자는 바로 전날인 5일까지도 집 근처 시흥 매화할인마트를 걸어서 가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25번 환자의 증세가 심해지자 아들인 26번 환자는 7일 오전 9시쯤 어머니를 모시고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는데, 이들 역시 검사를 받지 못하고 근처 슈퍼마켓(엘마트 시흥점)만 들린 채 귀가한다. 보건당국이 이날부터 검사가능기관을 민간까지 확대됐지만, 시스템 정비가 미흡해 사실상 검사가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선별진료소와 의료기관간의 위탁계약 등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어디로 검사를 맡길 지 정리가 안돼 있었다”며 “저희도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는 다음날인 8일에야 제대로 된 검사를 받았다.

그사이 26번 환자에게도 8일부터 인후통 증상이 시작됐다. 이 환자 역시 중국 광둥성을 방문했지만 증상이 늦게 발현됐다는 점에서 아내(27번 환자)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방역체계의 허술함으로 25ㆍ27번 환자의 확진이 늦어지면서, 세 사람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여러 차례 의료기관ㆍ마트ㆍ병원 등 지역사회를 오갔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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