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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간 시신 8구” 영상 올려 잡혀간 中 누리꾼 폭로에 응원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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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간 시신 8구” 영상 올려 잡혀간 中 누리꾼 폭로에 응원 물결

입력
2020.02.04 17:29
수정
2020.02.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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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한 거주 누리꾼 팡빈, 정부 사망자 축소 의혹 고발 뒤 당국 조사 

 당국 관계자 “공포심 조성 마라…하나의 목소리만 있어야” 압박 

중국 우한에 거주하는 누리꾼 팡빈(方斌)이 제5병원에서 촬영한 시신이 담겨있는 자루 및 영상. 트위터 캡처
중국 우한에 거주하는 누리꾼 팡빈(方斌)이 제5병원에서 촬영한 시신이 담겨있는 자루 및 영상. 트위터 캡처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사망자 수를 실제보다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는 의혹을 영상을 통해 폭로한 중국 누리꾼 팡빈(方斌)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풀려난 이후에도 잇따라 생생한 증언을 이어가며 4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1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들이 격리수용 돼있는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의 ‘제5병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이 영상에서 그는 병원 입구에서 지켜본 단 5분 동안 무려 8구의 시신이 자루에 담겨 밖으로 나왔다며 차에 실린 8개의 자루를 세는 모습을 담았다.

영상에는 팡빈이 병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에게 ‘안에 사망자가 더 있느냐’고 묻고 “더 있다”는 답을 얻는 장면도 포함됐다. 이후 병원 내부에 들어간 그는 이미 숨진 환자가 누워있는 병상과 곁의 아들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봤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5분 남짓의 영상은 급속도로 퍼지며 중국 당국의 사망자 축소 의혹을 증폭시켰다.

폭로 이후 팡빈은 당국에 잡혀가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영상을 올린 당일 오후 7시쯤 집에 방호복을 입은 6~7명이 찾아 와 “위험지역에 다녀왔으니 검사를 받아야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 팡빈은 자신을 격리시키려고 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 몰래 짤막하게나마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팡빈은 안에서 문을 잠갔지만 이들은 밖에서 잡아당겨 강제로 열고 집에 들어왔고, 가장 먼저 데스크탑과 노트북 컴퓨터를 압수하고 집안을 뒤졌다고 전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기 전 몰래 찍은 영상을 재빨리 메신저 위챗의 단체 대화방에 올렸고, 이 대화방에 있던 중국 인권변호사이자 시민기자로 활동 중인 첸치우스(陈秋实) 등이 각기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을 올리고 팡빈의 집을 찾아가 그가 사라진 것을 파악한 후 체포 사실을 널리 알렸다.

팡빈이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으러 가기 직전 몰래 촬영한 영상(왼쪽)과 석방된 이후 동료의 계정을 통해 누리꾼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영상. 유튜브 캡처
팡빈이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으러 가기 직전 몰래 촬영한 영상(왼쪽)과 석방된 이후 동료의 계정을 통해 누리꾼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영상. 유튜브 캡처

팡빈은 석방 후 첸의 계정을 통해 SNS에 올린 영상에서 조사가 이튿날인 2일 오전 1시 무렵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공안파출소에서 끝났으며, 그 곳에 차가 다니지 않아 자전거를 3시간 넘게 타고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팡빈에 따르면 조사한 이들은 그에게 “당신이 핵폭탄을 터트렸다”며 “왜 좋은 것을 두고 안 좋은 것을 찍어서 공포감을 조성하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팡빈은 이에 “돈 있는 방송사들은 취재하러 오지를 않고, 지금 우한 사방팔방이 다 막혀 시민들이 진짜 상황을 모르니 찍은 것인데 감사는 못 할 망정 내게 이러면 안 된다”고 했으나 그들은 “하나의 목소리만 있어야지 여러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면 혼란이 온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판빙은 이어 “오후 11시 접어들 무렵 국장인가 하는 사람도 오고 국가안보기관인지 모를 곳에서 사람이 오더니 갑자기 나에 대한 말투와 분위기가 바뀌었는데 그때 ‘내 영상을 사람들이 많이 봤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안전은 모두 여러분에게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상 말미에는 “무서워하고 요청해봐야 아무 쓸모 없고 이렇게 되기 때문에 다 같이 일어서는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다시 나를 잡아간다고 해도 우리가 다같이 힘을 모으면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잇따른 폭로에 전 세계 누리꾼들은 각국의 언어로 영상을 번역해 퍼트리는 등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안전하게 돌아와줘 고맙다”(L****), “당신들 내부고발자와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영상을 번역하는 이들이 우리를 대단히 돕고 있다, 우리는 중국 또는 어떤 정부도 믿을 수 없다”(H****),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일어나라”(胡****) 등의 의견을 남겼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가 425명이라고 발표했으나, 현지 언론들 역시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 수보다 실제 사망자 수가 많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이신(財信)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우한과 인근 도시인 황강(黃岡) 등에서 의료시설과 물자 부족으로 환자들이 입원 또는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검사지가 없어 확진 판정 조차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인 가운데, 이렇게 확진판정을 받지 못한 사망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고 ‘보통 폐렴 사망자’나 ‘미확진 사망자’ 등으로 처리된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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