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오는 30일은 우리나라 ‘4대 금융그룹’으로 불리는 회사 가운데 2개사, 즉 우리ㆍ하나금융그룹에게는 ‘운명의 날’입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사실상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제재심은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내리는 자체 징계 절차 가운데 일종의 ‘1심’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현재 안건으로 상정된 징계 수위들은 금감원 ‘전결 사항’에 해당돼 제재심 결과로 징계는 최종 확정됩니다. 이 결정에 따라 2개사의 전ㆍ현직 은행장들의 진퇴가 달려 있는 셈입니다.

 ◇‘문책경고’ 사전통보한 금감원 

금감원은 지난 15일 우리ㆍ하나은행이 부실한 상품 판매와 내부통제로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경영진까지 물어야 한다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DLF 판매 당시 하나은행장)에게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징계 절차는 금감원의 제재심과 금융위원회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최종 단계인 금융위원회 의결을 받아 확정됩니다. 사실상 금융권의 1ㆍ2ㆍ3심제와 같습니다. 징계 수위는 낮은 것부터 △경고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가 있습니다.

그런데 경고와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까지는 금감원 제재심을 끝으로 징계가 확정됩니다. 문책경고 이하 징계에 대해서는 1심인 금감원에 전결 권한이 주어지는 셈입니다. 이와 달리 직무정지나 해임권고 징계가 내려지면 2ㆍ3심을 거쳐야 징계가 확정됩니다.

한마디로 금감원은 두 전현직 은행장들에게 자신들이 확정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린 셈입니다.

 ◇징계수위에 달린 두 CEO의 운명 

문제는 문책 경고가 결정되면 두 사람이 받을 타격이 상당히 크다는 점입니다. 증선위와 금융위를 통해 변론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로 금융계 경력에 마침표가 찍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책 경고가 확정되면 향후 3년 동안 금융권에 재취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문책 경고가 사전 통지되면 금융계 임원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소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은행장이 문책 경고 사전 통지 받고도 차기 회장 연임을 시도했고, 이사회도 이를 통과시켜줬습니다. 오는 3월 주주총회만 거치면 손 회장은 3년 더 우리금융그룹 회장직을 이어나갈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3월 주주총회 전에 문책 경고 징계가 확정되면 연임이 불가능해집니다.

하나금융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혀온 함 부회장도 징계 확정 시 다음 회장에 도전할 수 없게 됩니다.

 ◇30일, 금감원의 선택은? 

당연히 두 사람은 강력 반발하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16일과 22일에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제재심이 진행됐고, 두 사람은 ‘벼랑 끝 진술’을 하며 반론을 편 것으로 전해집니다.

쟁점은 내부통제 부실이 DLF 불완전판매로 이어졌고, 이 책임이 경영진에게 있냐 여부입니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기준 운영과 관련해 최고경영자를 위원장으로 하는 내부통제위원회를 둬야 한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시행령 19조 2항을 근거로 내세웁니다. 반면 은행 측은 이 법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라는 의무를 요구하는 것이지, 경영진을 제재할 근거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30일에 열리는 세 번째 제재심에선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1, 2차 제재심을 통해 두 은행과 CEO들의 변론을 충분히 들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1월에 징계가 결정되면 우리은행에서 이의 제기를 하거나 제재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더라도 3월 전에 징계를 뒤엎을 만한 결론을 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의 운명이 걸린 30일, 과연 금감원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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