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이란 2인자’ 제거 작전의 정당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란에 의한 ‘임박한 위협’의 증거를 내놓지 못하던 트럼프 행정부는 ‘억지 전략’이었다며 말을 바꿨다. 행정부 내에서조차 혼선이 거듭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벗어나려 ‘도박’을 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가짜뉴스 매체와 민주당은 가셈 솔레이마니에 의한 ‘미래 공격’이 임박했는지를 밝히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나의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지만 그의 끔찍한 과거 때문에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썼다. 그는 공습의 명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솔레이마니를 ‘세계 일등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미국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을 죽인 나쁜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솔레이마니의 잔혹함을 강조한 것은 그간 명분으로 내세웠던 ‘임박한 위협’의 실체가 행정부 내에서조차 부정당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솔레이마니가 미 대사관 4곳을 공격하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와 국무부는 연이어 이를 부인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증거를 못 봤다”고 했고, 한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뒤통수를 맞았다”며 당혹해 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여기에 더해 NBC방송은 “솔레이마니 살해 계획이 이미 지난해 6월 ‘이란의 공격으로 미국인이 사망한 경우’를 조건부로 승인됐다”고 폭로했다.

‘임박한 위협’의 진위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미묘하게 말을 바꿨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솔레이마니 공습에는 더 큰 전략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은 새로운 (대이란) 억지정책을 구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긴박함의 개념은 일종의 ‘눈속임’”이라며 “미국에 대한 (이란의) 군사작전이 이미 진행중이라면 다음 공격의 정확한 시일과 장소는 알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론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여론조사기관 서베이몽키가 성인 1,0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솔레이마니 폭살 시기가 트럼프 탄핵 사태와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무관하다는 응답은 27.8%에 불과했다. ABC방송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대이란 정책에 반대한다는 답변이 56%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