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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주도하며 22명과 대화… 관록 생긴 문 대통령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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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주도하며 22명과 대화… 관록 생긴 문 대통령의 ‘여유’

입력
2020.01.14 16:56
수정
2020.01.1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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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관련 민감 현안도 차분 답변…사전의혹 차단하는 기민함도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17년 5월 취임 후 집권 4년차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3번째 신년 기자회견을 마쳤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날 오전 내ㆍ외신 기자 200여명을 상대로 연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보다 능숙하게 진행하고 여유있게 답변하는 등 관록이 생긴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기자회견 역시 지난 회견들과 같이 질문자와 질문을 사전에 정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지목해 질문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기자들 간 발언권 경쟁이 치열했다. 이는 미국 백악관 기자회견 모델에서 따온 것으로, 2018년 첫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이 사회를 보고 2019년에는 사회자 없이 주제에 따라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는 ‘타운홀 방식’을 차용했다.

올해 기자회견에서는 사회자를 부활시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역할을 맡았으나 전반적인 진행은 문 대통령이 주도했다. 앞서 7일 신년사를 이미 발표한 만큼 이날 문 대통령은 “질문 기회를 더 많이 주기 위해서”라며 2분 남짓의 인사말을 마친 후 103분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정치사회ㆍ민생경제ㆍ외교안보 순으로 질문을 받되, 외교안보 분야에서 외신기자들을 위해 질문시간을 25분 가량 따로 안배하는 등 배려했다. 고 대변인이 “시간을 초과했다”며 마무리 발언을 하려는 중 2차례 더 질문을 받는 등 소통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어진 103분간 중앙언론 12명ㆍ지역언론 5명ㆍ외신 5명으로 총 22명의 기자가 질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매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 시간 자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류효진 기자

앞서 2018년 첫 신년 기자회견에선 신년사 25분에 질의응답 56분으로 약 80분을 정치외교안보ㆍ경제민생ㆍ평창동계올림픽 포함 사회문화 분야에 대해 진행했고, 중앙언론 9명ㆍ지역언론 5명ㆍ외신 3명으로 총 17명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2019년에는 신년사 28분에 외교안보ㆍ경제민생ㆍ정치사회 3분야에 질의응답 89분으로 약 120분을 할애, 예정된 80분을 훌쩍 뛰어넘었고 중앙언론 14명ㆍ지역언론 3명ㆍ외신 5명으로 총 24명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첫 신년 기자회견 당시에는 취임 초기 허니문 효과로 지지율이 70%대로 높게 나타날 무렵이었고, 전 정권과 사뭇 다른 소통방식을 도입하면서 기자회견 후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기도 했다. 이듬해 신년 기자회견은 소득주도성장 논쟁 등 경제이슈와 지표악화로 국정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뤄졌다. 당시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사건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등 내부고발로 안팎으로 공세가 이어지면서 무거운 분위기에 진행됐다.

문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40%대 후반으로 임기 반환점을 넘은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대통령들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다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기소와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관련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둘러싼 ‘항명’ 및 ‘학살’ 논란 등으로 여론이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역시 초반 20분 이상 검찰 관련 민감한 질문이 이어졌고, 고 대변인이 나서 “정치사회 분야에서 계속 검찰 관련 질문들만 있었는데 다른 분야 질문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차분한 태도로 상세히 답변했지만, 그 동안 발표해왔던 청와대 및 여당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월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권을 얻기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 수호랑 마스코트를 든 질문자를 지켜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월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권을 얻기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 수호랑 마스코트를 든 질문자를 지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직후 연 기자회견까지 총 4차례를 거치면서 여러모로 성숙해진 모습이다. 기자들 역시 매번 일었던 ‘질문ㆍ태도’ 관련 큰 논란 없이 마쳤고, 문 대통령도 감정적인 답변보다는 차근차근 정부의 입장을 설명해나가는데 집중하며 종종 출입기자들에게 농담을 하는 등 여유롭게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모니터(프롬프터)를 두고 일었던 ‘대본’ 논란을 의식한 듯 “모니터가 두 대 있는데 참고로 질문한 기자 성명과 소속, 질문요지가 떠있다”며 “과거에도 답변이 올라와 있는 게 아니냐고 해서 미리 말씀드린다”라고 사전에 의혹을 차단하는 기민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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