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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은 거대한 사기극” 사표 던진 김웅…검찰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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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은 거대한 사기극” 사표 던진 김웅…검찰 동요

입력
2020.01.14 16:11
수정
2020.01.14 22:3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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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저자, 통신망에 비판 글… ‘조국 사모펀드’ 의혹 상상인 수사, 김종오 부장검사도 항의성 사표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항의하며 14일 사의를 표한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가 같은 날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강화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오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한호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항의하며 14일 사의를 표한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가 같은 날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강화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오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인기 에세이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50) 검사가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반발해 사직서를 냈다. 그는 “수사권 조정은 거대한 사기극이고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동료 검사들은 450여개가 넘는 댓글을 달며 김 검사 의견에 동조했다. 검사들의 잇단 사의 표명과 함께 검찰 내부가 동요하고 있다.

김 검사는 14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밝혔다. “비루하고 나약하지만 그래도 좋은 검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평생 명랑한 생활형 검사로 살아온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사직)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검사는 수사권 조정에 대해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된다”며 “이 법은 개혁이 아니라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고 비판했다. 또 권력기관 개편 당시 거론됐던 경찰개혁안이 사라진 것을 두고서는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야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 했기 때문은 아닌가”라며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경찰 권한 확대 여론에 따라 최근에서야 경찰개혁 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두고서는 “엊그제부터 경찰개혁도 할 것이라고 설레발 치고 있지만, 사기죄 전문 검사인 제가 보기에 그것은 말짱 사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밝힌 사자성어 줄탁동시(어미닭과 병아리가 힘을 합쳐 알을 쪼는 것)를 언급하면서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 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 대신 평생의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일갈했다.

김 검사는 2018년 7월부터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장을 맡아 검경 수사권 조정 대응 업무를 하다가 지난해 하반기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됐다. 그는 ‘생활형 검사’로서 자신이 겪은 갖가지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기록한 베스트 셀러 ‘검사내전’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동료 검사들은 검찰 내 신망 받던 그의 사직 글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수사권 조정 내용과 과정을 문제 삼는 동조 댓글로 호응했다. 한 검사는 “사기극의 피해자는 역시 국민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고, 다른 검찰 구성원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과 직결되는 형사사법 제도가 당사자 입장에서 숙고되지 않은 채 가위질되고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되는 과정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생각하게 됐다”고 썼다. “검찰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 불러야 마땅하다”는 식의 격앙된 반응도 있었다.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인 청와대와 여당을 비꼬는 듯한 댓글도 일부 보였다. 한 검사는 “대표, 리더, 지도자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핑크빛 미래 제시하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은데 닥칠 잿빛 현실은 모르거나 외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다른 검사들의 사직 글도 줄이었다. 상상인저축은행 부당대출 의혹 등을 수사하던 김종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조세범죄조사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신설됐지만 최근 법무부의 검찰 직접수사 축소 방침에 따라 형사부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됐다. ‘의사 출신 2호’ 검사인 송한섭 서울서부지검 검사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검찰이 가장 어려울 때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지만 검찰 가족이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는 글을 내부망에 남겼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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