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사회단체 회원들이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나쁜 부모 출입금지 구역(No Bad Parents Zone)’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소란스러워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된다며 ‘노 키즈 존(No Kids Zone)’을 선언한 식당 카페 등이 한때 유행했다. 그러자 “아이 돌보는 부모는 밖에서 친구도 못 만나냐”는 반론과 “아이들을 방치하는 꼴불견 부모”라는 재반박이 이어졌다. 그러다 아이들 소란의 책임이 부모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 새 금지구역이 등장하자 다시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반응과 “신선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나쁜 부모’의 기준을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만 남겨둘 수 없는 세상이 된 듯하다.

□ 법원은 14일 ‘나쁜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이혼 후 자녀 양육비 지급을 거부해 온 부모들이 자신들의 신상 공개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 운영자들을 고소하자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검찰은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이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직권으로 국민참여재판에 회부했고,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다. 관련 사회단체들은 “현재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족 비율이 10명 중 8명에 이르고 피해 아동만 100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지난해 2월 ‘배드파더스’의 공익성을 인정해 사이트 폐쇄 요구를 거부했다.

□ ‘배드파더스’가 위법 가능성을 무릅쓰고 명단을 공개하는 이유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양육비를 강제로 받아내기 위한 마지막 법적 수단은 감치(30일 이내 구금)뿐인데 결정까지 최대 2년이 걸린다. 반면 명단을 공개하면 즉각 반응이 온다. 2018년 7월 문을 연 이 사이트엔 지금까지 400명의 신상이 공개됐는데 그중 113명이 양육비를 지급했다. 부양 능력이 있는 이혼 부모 중 상당수가 감정적 이유로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다. 나쁜 부모를 가정사로만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우리 사회엔 ‘사회 규범보다 가정 내 질서가 우선’이라는 관념이 여전히 강하다. 이런 관념은 ‘가정 폭력’을 사생활로 취급해 외부 개입을 꺼리는 것으로 이어져 결국 끔찍한 비극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자녀 양육을 외면하는 부모 중 상당수도 이를 사회적 의무가 아닌 개인의 권리로 착각하고 있다. ‘나쁜 부모’에게 내릴 합당한 처벌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식당ᆞ카페뿐만 아니라 법정에서도 명확해지고 있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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