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앙등 비판에 ‘전쟁’ 선포한 대통령
경실련 ‘시늉뿐인 정부대책’ 연일 비판
집값 잡으려면 낡은 ‘정책관행’ 바꿔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의지를 담은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7일 신년사에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결연한 투지를 천명했다.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대통령이 ‘전쟁’이라는 표현을 쓴 건 2005년 2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급한 이래 15년 만이다.

두 달 전 ‘국민과의 대화’ 때만 해도 문 대통령의 인식은 안이해 보였다. 그는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며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다. 거센 비판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의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불만이 들끓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전국 땅값만 2,000조원 상승했다. 경실련은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30개월 중 26개월 동안 상승했고, 한 채당 시세도 평균 2억5,000만원 급등했다는 자료까지 내며 반발했다. 정부로서는 서둘러 대통령 발언을 수습해야 했다. 초고강도 처방이라며 ‘12ᆞ16 주택시장 안정화대책’을 전격 발표했다.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더 높이고,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도 대폭 늘리는 내용이었다.

부동산시장이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숨을 죽였다. 청와대에선 고위공직자들에게 실거주 주택 한 채만 남기고 팔라는 사상 초유의 ‘다주택 처분령’까지 내려졌다. 대통령이 상황을 안이하게 본 게 아니라, 투기를 절대 용납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애써 확인한 셈이 됐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결연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이 제대로 수행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시중에선 “총선 지나면 풀리지 않겠느냐”거나, “부동산시장을 넘보는 시중 부동자금만 1,000조원이 넘는다”는 등의 얘기가 나돈다. 부동산시장 누르기엔 경기가 너무 안 좋다거나, 금리가 더 낮아질 텐데 집값이 안 오를 수 있느냐는 상황 논리도 제법 거론된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대한 의구심의 가장 깊은 뿌리는 부동산 정책 자체에 대한 불신이다. 그 동안 역대 정부는 투기 근절을 부동산 정책의 근간으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강남 개발에 편승해 정권 차원의 부동산 투기를 자행했던 군사정권 시절부터, 주택임대사업 선진화 방안이라며 다주택 투기에 ‘꽃길’을 열어 준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실제 정책 현장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기만이 판을 쳤다. 그마저도 부양책과 안정책을 냉온탕처럼 수시로 오가며 일관성까지 상실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전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우선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 조치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급격한 집값 하락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낡은 부동산 정책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공시지가 시스템은 공정한 부동산 정책의 출발점이다. 경실련이 제기한 공시지가 책정 왜곡 의혹에 대해 국토부는 투명하게 토론하고, 잘못이 있다면 과감히 바로잡아야 한다.

다주택 투기를 잡을 방안도 강화돼야 한다. 실수요 주택 구입엔 활로를 터주되, 비거주 다주택 보유에 대해선 누진적 보유세 추가 강화 계획도 내놔야 한다. 임대사업자 지원 및 조세감면 조건도 강화할 여지가 남았다. 집값 양극화 완화를 위한 주거분산책도 필요하다. 서울 강남ᆞ북, 중앙ㆍ지방 간 교육ㆍ문화ㆍ복지 격차를 줄일 실효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 교육만 해도 파격적 세제를 통해 학원을 분산시키고, 조방적 주거 상황에 맞춘 생활편의적 소(小)학군제 등을 추진 못할 이유가 없다.

현행 부동산 정책이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부 개입이 민간의 생산적 경제 활력을 훼손하지 않는 한, 부동산 정책에서 크게 괘념할 필요는 없다. 기왕 대통령까지 나선 전쟁인 만큼, 이번만은 시늉만 말고 제대로 하는 걸 보고 싶은 게 대다수 국민의 바람이다.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