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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에서 발생한 9새 아이 학대 치사 사건이 공분을 사고 있다. 거듭된 학대로 두 차례나 부모와 격리됐던 아이가 부모 요청에 따라 집으로 돌아간 뒤 2년도 안 돼 한겨울 아파트 베란다 욕조 찬물 속에서 숨졌다. 최근 아동학대 치사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달에는 서울 관악구에서 5세 아이가 여행용 가방에서 숨진 채 발견돼 학대치사 혐의로 친모가 구속됐다. 지난해 1월에는 의정부에서 4세 아이가 오줌을 가리지 못한다고 학대를 받다 숨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울산 대구 등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치사 사건이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음에도 유사 사건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집계에 따르면 2014년 이후 5년간 학대로 숨진 아동은 132명에 이른다. 2014년 14명이던 숫자는 2017년 38명, 2018년 28명에 이르렀다. 2018년 기준으로 학대받는 아동이 2만명 이상이고 이 중 절반이 신체ᆞ정서 학대 등 한 가지 이상의 중복 학대라는 통계까지 있으니 아동학대 치사 사건 증가가 의외라 할 것도 없다.

복지 안전망이 촘촘해지고 저출산이 국가적 과제가 되면서 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학대로 숨지는 아이가 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아동학대는 친부모가 빈곤 등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난 등 사회적인 스트레스를 해결해 아동 학대 문제를 줄여가는 것은 지난한 과제지만 당장 중복 학대가 일어나는 가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학대가 치사로 이어지는 비극은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개편, 민간 주도 아동학대 조사를 지자체 공무원과 경찰이 함께 진행하게 하는 등 관련 체계를 정비했다. 하지만 현 아동복지법상 ‘원가정 보호 원칙’ 때문에 친권 제한이나 격리 조치 판결이 내려지지 않는 한 조사 체계만 강화한다고 아동 학대 사정이 개선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주 사건만 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중복 학대를 의심해 모니터링에 나서도 부모가 거절하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 현 제도의 한계다.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관련 법제 강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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