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시험 최고점 맞은 주은빈 씨 
 반려견 ‘뽀야’와의 생활 ‘시행착오의 6년’ 
 “동물을 이해하려는 마음 갖고, 이론 익혀야” 
 최근 반려견노령화 관련 정보 익히기 집중 
지난달 7일 서울 화양동 건국대 법학관에서 실시한 ‘2019 서울시x동그람이 반려인 능력시험’에 참석한 응시자들이 진지하게 문제를 풀고 있다. 동그람이 서희준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법학관에서 ‘2019 서울시x동그람이 반려인 능력시험’이 실시됐다. 반려인 능력시험을 통해 반려견을 키우는데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반려인 스스로 가늠할 수 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몰려 응시자 250명을 선착순으로 선발했을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 많았다. 서울시와 국내 최대 동물포털인 네이버 동물공감 운영사인 ‘동그람이’가 손잡고 반려견 정보 습득 능력을 공신력 있게 평가한 국내 첫 시험인 만큼 시험방식은 응시자들이 현장 배포된 문제지를 보고 광학마크판독기(OMR) 답안지에 답을 적는 일반 자격시험 형식으로 진행됐다. 시험 실시 약 일주일 후 응시자 개인 이메일을 통해 온라인성적표도 발송됐다. 이번 시험에서 가장 높은 점수(88점)를 받은 주은빈(31)씨는 “살면서 시험에 1등을 한 적은 처음”이라며 “올해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웃었다.

 ◇준비된 1등의 자세 
‘2019 서울시x동그람이 반려인 능력시험’에서 최고점을 기록한 주은빈씨가 지난 2일 서울 연남동 동그람이 사무실에서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동그람이 이태무

6살 스피츠 암컷 ‘뽀야’의 보호자인 주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문제 등으로 고민이 많던 2014년 10월 뽀야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해 학교 앞 병아리를 줄곧 사다 키웠건만, 항상 끝이 안 좋았던 게 응어리로 남아 ‘랜선집사(인터넷으로 다른 사람의 반려견ㆍ반려묘 사진과 동영상을 즐기는 사람)’생활만 해오다 남동생과 부모님을 설득했단다. “어릴 적 기억 탓에 생후 1개월 뽀야가 처음 집에 왔을 때 제 꿈이 몇 달 뒤 필 벚꽃을 뽀야와 같이 보러 산책 나가는 거였어요. 그러다 꿈이 함께 눈도 밟아 보는 걸로 커졌고, 그 꿈들이 계속되다 보니 6년이 흘렀네요.”

뽀야와 함께한 세월이 평탄하게만 흐른 건 아니다. 예방접종을 하고 올 때마다 고생했다며 뽀야에게 과하게 보양식을 줘 탈이 난 적이 있고, 집 근처 안양천변으로 산책을 나가 잠시 목줄을 푼 사이 뽀야가 자전거와 충돌했던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반려견과 자주 안양천변에서 산책을 한다는 한 아주머니가 그곳에선 목줄을 풀어줘도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누굴 탓할 것도 없이 제 결정이었죠. 산책에 집중한다며 휴대폰도 안 가지고 외출했는데, 안고 병원까지 무조건 뛰었습니다.”

주은빈씨가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안양천변에서 반려견 뽀야와 산책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주은빈씨 제공

주씨는 뽀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수록, 뽀야와 더 오래 함께하고 싶은 꿈이 생길수록 반려견을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4년 전 동네 도서관에 가 반려생활 입문서를 보는 것으로 ‘뽀야에게 다가가기’를 시작했다. 지금은 반려견 스터디 모임과 스피츠 품종 친목모임 등에서 활동 중이다. 6년 간의 반려생활이 전부인 그가 반려생활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동물등록, 산책, 미용방법 등의 기본상식부터 반려견의 행동이해, 건강관리 등 전문지식까지 총망라한 50문항을 1시간 동안 푸는 이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낸 이유다. “모임을 같이 하는 언니와 함께 시험에 응시했는데, 저보다 먼저 온라인성적표를 확인한 언니가 급하게 소식을 전해줬어요.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언니도 성적이 좋아 서로 칭찬했어요.”

주씨는 1등 상품으로 받은 애견펜션 숙박권을 올해 봄에 사용할 예정이다. 뽀야가 가족이 된 후부터 가족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반려견 동반 숙소 유무부터 따지게 됐는데, 그 고민을 덜 수 있어 마음에 쏙 드는 상품이란다. “뽀야 몸무게가 8~9㎏ 정도로 작은 몸집이 아니다 보니 가족여행 한 번 가려면 생각보다 힘든 점이 많은데, 정말 잘 됐어요. 덕분에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론은 거들 뿐…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려 
주은빈씨가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안양천변에서 반려견 뽀야와 산책을 하고 있다. 주은빈씨 제공

나무랄 데 없는 이론과 실력을 가진 주씨의 반려생활은 그럼 완벽할까. 주씨는 반려견과 잘 지내기 위해 이론적으로 무언가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그 입장에서 더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인간이 아닌 반려견 입장에서 그들의 일상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마음을 기본적으로 가질 때야 비로소 관련 이론들이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한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최근 경험담을 털어놨다.

주씨는 안양천변 산책 중 잠시 목줄을 풀었다가 사고를 경험한 후 뽀야를 위해 목줄 고르는 법부터 관련 규정까지 섭렵했다. 하지만 막상 최근 6개월간 저녁 산책이 뜸했더니 뽀야는 서운함을 몸으로 표현했다. “저도 평범한 직장인이다 보니 평일 퇴근 후 뽀야와 산책하려면 나름 결심이 필요해요. 저녁 약속도 제약이 있고요. 그래서 아침 출근길에 동생과 함께 한 번, 점심시간에 동생이 짬을 내 또 한 번 산책을 시키는 걸 핑계로 최근 반 년 정도 저녁 산책에 크게 신경 못 썼더니 요즘 뽀야의 애정순위에서 제가 동생한테 밀렸어요. 이거 생각보다 서운하던데요(웃음).” 주씨는 올해부터 다시 뽀야와 퇴근 후 산책을 즐기고 있다.

그는 현실 속 반려생활은 이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많다며, 특히 산책 중에 발생하는 비반려인과의 갈등 상황은 ‘정답’이 없어 힘들다고도 말했다. 주씨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이 가능한 장소에 뽀야를 데리고 나갔는데도 아무 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사람을 만나거나, 다른 반려견이 실외 배변한 배설물을 치우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저도 처음에는 너무 속상해 같이 소리칠 때도 있었는데, 제가 흥분하니 뽀야가 불안해하길래 지금은 그러지 않고 어지간하면 참아요. 다른 반려견 배설물을 볼 때는 비반려인과 함께 매너 없는 반려인 흉도 보고요. 일부겠지만 반려인들은 좀 더 에티켓을 지키고, 비반려인들은 무조건적인 반감만 갖지 않아도 좀 더 행복한 세상이 될 거 같아요.”

더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주씨는 지난해 ‘동물청년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며, 조원들과 함께 ‘반려동물인수제’를 서울시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 지원 아래 1년 단위로 19~39세 청년 약 300명이 시의 동물정책 개발과 실행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모임인 동물청년네트워크에서 활동했다. 반려동물인수제는 독거노인 보호자의 사망 등 반려동물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가 그 반려동물의 소유권을 인수 후 보호소에서 새 반려인을 찾도록 하는 제도다.

주은빈씨의 반려견 뽀야의 모습. 주은빈씨 제공.

주씨는 요즘 반려견의 노령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노년기를 향해 가고 있는 뽀야를 위해서다. 노령화를 막을 수야 없지만 함께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보호자의 역할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시험 후 문제지를 회수해 스피츠 보호자모임에서 출제된 문제들을 복기해봤는데, 제가 노령견 식이관리법 관련 문제를 틀렸더군요. 사실 지금까지 반려견의 노령화와 관련된 내용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거든요. 물론 습득한 내용들을 잘 실천할 겁니다.”

이태무 동그람이 팀장 santafe2904@naver.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