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시행으로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무늬만’ 어린이보호구역이 곳곳에서 방치되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광진구 경복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우산을 받쳐든 학생이 차량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광진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 주차된 차량을 피해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광진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학부모들이 안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 등교하는 시간만이라도 일방통행으로 운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수년째 그대로다.” 서울 광진초등학교 학부모회장 차재옥(49)씨는 참다 못해 27일 아침 인형 탈을 쓰고 학교 앞으로 나섰다. 20여 명의 학부모들이 모여 광진경찰서 소속 경찰관들과 함께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의식 홍보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서다.

“민원 때문에…”

‘민식이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무늬만 어린이보호구역일 뿐 실질적인 안전이 확보되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 신호등이나 과속단속 카메라 등 시설 및 예산 부족 탓도 있지만 어린이 안전보다 당장의 차량 통행이나 주차공간 확보를 우선으로 여기는 주민들의 인식 수준이 더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기적인 주민 인식은 민원으로 이어져, 광진초등학교의 경우처럼 수년째 한시적 일방통행 운영마저 막고 있다.

일방통행 지정이 안 되다 보니 좁은 길 바닥에 색깔 페인트로 칠해 놓은 ‘통학로’는 아침마다 양방향으로 지나는 차량들이 점령하는 일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전봉이나 울타리 등 추가적인 안전장치 설치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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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청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절차에 따라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동대문구 답십리초등학교 상황도 비슷하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주차 차량이 즐비하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 관할 구청도 단속에 미온적이다. 그 때문에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어린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도로를 건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2017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25개 자치구의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태료 부과 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총 40만694건이 적발돼 과태료로 246억9,072만원이 부과됐다. 이 중 약 30%인 12만736건이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일반 도로 기준으로 적용돼 규정보다 46억9,494만원이 적게 부과된 것으로 밝혀졌다. 민원 발생을 우려해 일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인해 잘못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법규 위반시 과태료는 일반 도로의 2배 가량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초등학교 인근은 ‘주차부족’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한 학생이 도로를 횡단하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광진초등학교 울타리에 불법 주정차 단속을 알리는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13일 오전 서울 강북구 솔샘로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자기속도표시계에 속도가 표시되고 있다.
달라지지 않는 운전자 인식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어린이 안전에 대한 운전자의 인식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12월 1일부터 20일까지 경찰이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행위를 단속한 결과 과속 6만8,503건, 신호위반 8,363건으로 총 7만8,382건에 달한다. 직전 20일(11월 11일~30일) 동안 적발된 건수(6만8,264건)보다 오히려 14.8% 증가한 수치다. 단속 건수에는 무인단속 장비로 적발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실제 위법행위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윤소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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