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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리더스] 전통시장에 대형마트 들어오니…방문객도 판매액도 ‘쑥쑥’

입력
2019.10.06 16: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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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선산봉황시장점 입구에서 한 상인과 소비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마트 제공
경북 구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선산봉황시장점 입구에서 한 상인과 소비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마트 제공

“요즘은 ‘먹방투어’ 하는 20, 30대 고객들이 많이 찾아와요. 주변에 청년 가게들이 많아진 덕분에 젊은 고객들 비중이 60~70%는 되는 것 같아요.”

경기 안성맞춤시장에서 중국집 ‘청춘반점’을 운영하고 있는 천은혜씨는 멀리서도 찾아와 주는 젊은 손님들 덕분에 ‘일할 맛’이 난다. 2년여 전부터 천씨를 비롯한 청년 상인들 10여명이 이곳 안성맞춤시장에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중식당과 분식집, 네일샵, 스테이크 펍 등을 개점하며 ‘청년 상인 창업거리’가 만들어졌다. 또래 사장들이 터를 잡으면서 침체돼 있던 전통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천씨는 전했다.

비단 청년 가게뿐 아니다. 안성맞춤시장 지하에 있는 화인마트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2년여 전만 해도 550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700명 정도로 30%가량 늘었다. 화인마트뿐 아니라 시장 내 많은 가게들이 장사를 접거나 물류창고 등 다른 업종으로 전환까지 생각할 만큼 손님 발길이 뜸했던 안성맞춤시장은 이제 과거의 활기를 되찾았다.

안성맞춤시장의 변화를 이끈 건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손을 잡고 시장 환경을 개선하며 상생의 길을 찾는 프로젝트다. 안성맞춤시장의 화인마트는 영업 매장면적의 약 30%가 이마트의 자체 생활용품·식품 브랜드인 노브랜드 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대형마트와 동네 마트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8월 노브랜드 입점과 함께 이마트는 안성맞춤시장 내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었다. 아이를 놀이터에 데려다 놓고 장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자 젊은 주부들의 발길도 잦아지기 시작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침체돼 있던 전통시장을 살리고 지역 상인들과 협력하기 위해 이마트가 지난 2016년부터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전통시장에 노브랜드 매장을 배치하는 대신 상품이 전통시장과 겹치지 않게 구성하고, 손님들이 한곳에서 다양한 상품을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전통시장에 없는 물건들을 구비해 놓는 데 특히 신경을 쓴다. 또 전통시장의 가장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휴식공간이나 문화공간을 보완해 젊은이들과 가족 단위 고객들을 끌어 모은다는 전략이다.

충남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당진어시장점 앞에서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충남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당진어시장점 앞에서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서울 동대문구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에 이마트가 조성한 쉼터에서 시장 관계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서울 동대문구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에 이마트가 조성한 쉼터에서 시장 관계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최초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2016년 8월 충남 당진에 들어섰다. 당진전통시장 내 당진어시장 건물에서 1층은 어시장이, 2층은 노브랜드 매장이 영업하는 형태다. 지난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같은 건물에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가 함께 들어서는 첫 사례로 업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진어시장은 2015년 6월 현대화 작업을 통해 새 건물에 입주했지만, 2층의 운영 주체를 찾지 못해 줄곧 ‘반쪽 영업’을 해왔다. 그러던 중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골목시장과 기업형 슈퍼마켓인 이마트 에브리데이와의 상생 사례를 접한 전통시장 상인들이 이마트에 입점 가능 여부를 물어왔다. 중곡제일골목시장 안에 있는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공산품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고, 신선식품은 내놓지 않은 채 시장 점포를 소개만 한다. 인근 지역 소비자들이 찾아와 신선식품은 시장에서, 공산품은 이마트 에브리데이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1년여 동안 협의를 거친 뒤 당진어시장에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입점이 확정됐다. 이마트는 ‘전통시장과 동행한다’는 상생스토어 본연의 취지를 지켜 당진 특산물인 김류를 포함한 신선식품을 제외하고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노브랜드 매장을 구성했다. 또 시장과 공동으로 외부 광고를 제작하고, 어시장과 노브랜드 매장을 둘 다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다양한 할인행사도 마련해 상승 효과를 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당진전통시장 하루 평균 판매액은 2016년 9,300만원에서 2018년 1억1,900만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방문 고객 수 역시 2,400명에서 3,300명으로 증가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민간 차원의 자발적 합의를 통해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고, 학계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성공 사례가 알려지자 상생스토어 개점도 탄력을 받았다. 조선시대 5일장으로 시작된 경북 구미 선산봉황시장은 1993년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한 뒤 1층에 100여개 점포가 상시 운영돼왔다. 그러나 2층 공간이 24년간 비어 있을 정도로 영업 환경이 나빴다. 선산봉황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던 청년 상인 김수연씨는 당진어시장 상생스토어 사례를 듣고, 직접 시장 상인들을 설득해 이마트에 상생을 제안했다.

이마트는 소비자들이 청년 상인들이 운영하는 점포가 모여 있는 청년몰을 지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로 들어오도록 2층 공간을 재설계했다. 지난해 창원시정연구원에 따르면 상생스토어 개점 전 11개였던 이곳 청년 상인 점포가 개점 이후 21개로 늘었다. 입소문을 타며 이제는 입점 희망 대기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이마트 측은 전했다.

지난해 8월 상생스토어가 입점한 대구 달서구 월배시장 역시 방문객 수가 30%가량 많아졌고, 비어 있던 점포를 가죽공예점, 잡화점 등 신규 상점이 채워가고 있다. 이곳에선 친환경 실천의 일환으로 이마트가 자체 제작한 대여용 장바구니를 전통시장과 공유하며 사용하기도 한다. 손병식 월배시장 상인회장은 “상생스토어 입점을 계기로 전통시장이 현대화하면서 젊은 고객 유입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상생스토어 입점을 타진하고 있는 전통시장이 전국 60여곳에 이른다. 피범희 이마트 노브랜드 상무는 “상생스토어를 계속 늘려가면서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모델을 더 구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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