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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리더스] KT&G, 캄보디아 학생들의 배움 갈증 풀어줘

입력
2019.09.09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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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KT&G 대학생 봉사단이 캄보디아의 씨엠립 인근 이응땟 초등학교에서 열흘 동안 교육 봉사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KT&G 제공
지난 7월 KT&G 대학생 봉사단이 캄보디아의 씨엠립 인근 이응땟 초등학교에서 열흘 동안 교육 봉사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KT&G 제공

지난 7월 캄보디아 씨엠립 시내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응땟 초등학교. 35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 전통놀이지만 캄보디아 아이들은 곧잘 따라 하며 한국에서 온 대학생 봉사단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한국 대학생들의 양팔에 매달려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서로의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즐겁게 웃고 떠드느라 닦아낼 틈도 없었다.

캄보디아 아이들과 정을 나눈 KT&G 대학생 희망봉사단은 현지 봉사 현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들은 7월 9일에서 19일까지 열흘간 이응땟 초등학교 아이들의 선생님이 돼 주고, 도서관 건립에 힘쓰며 교육 봉사를 이어 갔다. KT&G는 지난 2005년부터 15년 동안 캄보디아 지역에 대학생 봉사단을 파견해 도서관 7곳을 세우고 교실을 보수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캄보디아의 교육환경 개선에 주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캄보디아의 문맹률이 50% 이상을 넘는 등 교육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의 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대신 일찍부터 경제 활동에 뛰어들도록 하고 있다. 열 살만 넘으면 남자는 도시로 나가 건축 노동자로, 여자는 설거지와 청소 등 단순 노동자나 접객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인프라도 매우 열악하다. 전기도 인근 국가인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가져오는 상황이라 50여명 가까운 학생들은 대형 팬 하나에만 의지해 더위를 견디며 수업을 받고 있다. 물 사정도 좋지 않아 오랫동안 펌프질을 해도 흙탕물이 나와 비위생적인 환경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곳 초등학교의 모습도 캄보디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학생이 200명이 넘지만 화장실은 재래식 변기 3대가 전부다. KT&G 복지재단 관계자는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더 좋은 장비를 지원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KT&G 대학생 봉사단의 한 단원이 이응땟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다. KT&G 제공
KT&G 대학생 봉사단의 한 단원이 이응땟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다. KT&G 제공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은 배움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있다. 이응땟 초등학교는 200명이 넘는 학생들에 비해 교사 수가 적어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술이나 음악, 체육, 과학 등의 수업은 꿈도 꿀 수 없다. KT&G 봉사단은 캄보디아 학생들이 평소 갈증을 느꼈던 수업 위주로 교육 봉사를 실시했다.

KT&G 봉사단은 3개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1~2학년, 3~4학년, 5~6학년으로 묶어 학급을 구성한 뒤 1~2학년은 한국식 복주머니를, 3~4학년은 흔들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인 마라카스를 생수병으로 만들었다. 5~6학년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실험하며 체험했다. 또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며 태권도와 줄다리기, 박 터트리기 같은 운동도 아이들과 함께 했다. 조성훈 희망봉사단원은 “캄보디아 아이들에게서 순수함이 느껴졌다”며 “몸은 힘들었지만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도서관 건립을 위한 건축 봉사도 이어 갔다. 도서관 기초공사를 할 때는 캄보디아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흙과 모래를 퍼 나르고 돌멩이도 골라 봉사단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KT&G 복지재단 측은 “현지 아이들에게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이고 정기적인 교육이 중요하다”며 “교육 봉사가 끝난 이후에도 아이들이 책을 접하고 공부할 수 있게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KT&G의 대학생 봉사단이 캄보디아 이응땟 초등학교의 외벽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KT&G 제공
KT&G의 대학생 봉사단이 캄보디아 이응땟 초등학교의 외벽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KT&G 제공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만든 뒤 열린 개소식은 그야말로 뜨거운 눈물바다였다. 봉사단과 아이들이 기념 촬영을 하며 이별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학교 교문 앞에 두 줄로 서서 배웅했다. 현지 학생인 뜸모이(10)는 “선생님들과 매일매일 만나고 싶다”며 이별을 아쉬워했고, 봉사단은 뜸모이의 순수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을 안아줬다. 이채원 봉사단원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교육 환경을 이 아이들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해맑게 반겨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응땟 초등학교 측도 봉사단과 KT&G, 한국에 감사를 표했다. KT&G와 함께 이번 봉사활동을 진행한 비영리기구(NGO) 로터스월드의 선문 스님은 “지금 이곳에 있는 학생들이 KT&G 봉사단이 준 에너지를 갖고 잘 자라줘서 10년, 20년 후 세상의 빛이 될 인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KT&G는 유엔(UN)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에 동참하기 위해 2005~2018년까지 대학생 봉사단을 포함해 1,550명의 글로벌 봉사단을 파견했다. 캄보디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진출한 국가만 10개국에 이른다. KT&G 복지재단 측은 “KT&G가 펼치는 아세안 국가의 교육 환경 개선 사업은 단순한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천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낙후 지역의 생활 및 교육환경 개선을 통해 미래를 책임질 인재 양성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현지 밀착형 개선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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