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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스캠’ 근거지 대부분 아프리카… “범죄인 인도조약 체결 안돼 사법공조 어려워”

입력
2019.09.03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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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능범죄, 당신을 노린다] <13> 마음을 훔치는 ‘로맨스 스캠’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국제 로맨스 스캠 조직원에게 압수한 증거품. 특수약물로 처리하면 달러로 변한다는 블랙머니(앞쪽)는 그냥 검은색 종이였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국제 로맨스 스캠 조직원에게 압수한 증거품. 특수약물로 처리하면 달러로 변한다는 블랙머니(앞쪽)는 그냥 검은색 종이였다. 부산경찰청 제공

‘로맨스 스캠’의 뿌리로는 1990년대 ‘나이지리아 국제사기’가 꼽힌다. 나이지리아 조직이 벌인 무역사업 사기다. ‘나이지리아 스캠’, 혹은 나이지리아 형법 조항을 빌어 ‘419케이스’라 불린다.

이 범죄조직이 ‘로맨스 스캠’으로 옮겨갔다는 추정이다. 지역 기반도 나이지리아에서 베냉, 토고, 카메룬 등 인접 국가로 확장됐다. 피해는 크게 늘었다. 한국의 경우 직거래, 쇼핑몰, 게임 등을 이용한 전통적 인터넷 사기를 제외한 기타 사기범죄가 2014년 7,418건에서 2017년 1만7,073건, 지난해 2만7,562건으로 급증세다. 로맨스 스캠 같은, 신종 인터넷 사기로 추정된다. 미국도 연방거래위원회(FTC) 집계를 보면 2018년도 로맨스 스캠 피해액이 1억4,300만달러(1,730억원)에 달한다. 피해자 수는 2만1,000명이다.

로맨스 스캠은 여러모로 골치 아픈 사건이다. 내밀한 연애감정을 이용해 외로운 중년층들을 겨냥하는 범죄라,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인정해도 “남 보기 창피하다”며 신고를 꺼린다. 아만다 엠버 사건에서도 인정, 신고 모두 힘들었다. 속 시원한 해결책도 없다. 잡아봐야 ‘현지 수금책’일 뿐, 몸통은 서아프리카에 그대로 있다. 돈을 돌려받을 길도 없고, 한국과 사법공조나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나라가 대부분이라 수사도 마땅치 않다.

대책이라면 그저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로맨스 스캠을 보이스 피싱만큼이나 주의해야 한다. 로맨스 스캠도 사기 범죄인지라 △연애 감정이 확인될 때까지는 돈 얘기를 하지 않고 △일단 돈 요구를 시작하면 액수가 점점 커지고 △‘자기(darling)’나 ‘남편(husband)’ 같은 표현을 지나치게 많이 쓰고 △전쟁이나 오지 등 특수 상황을 핑계로 전화통화나 일반적인 금융거래가 어렵다는 구실을 댄다. 구글 검색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국제 범죄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쓰인 편지 문구나 사진이 재활용되기도 한다. 임영섭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사람을 현혹시키는 범죄라 초기에 적극 신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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