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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 건물에 하얀 달... 은평구 1호 미술관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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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 건물에 하얀 달... 은평구 1호 미술관 개관

입력
2018.10.29 17:54
수정
2018.10.29 18:49
21면
0 0

사비나미술관 신사옥 이전

“체험, 휴식, 깨달음 공간으로”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재개관한 사비나미술관 옥상에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인공달 작품이 설치돼 있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재개관한 사비나미술관 옥상에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인공달 작품이 설치돼 있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북한산 자락 삼각형 건물 위에 하얀 달이 떴다. 세계 곳곳에 인공달을 설치하는 작업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달이 북한산 인근에 새로 들어선 사비나 미술관 옥상에 설치됐다.

국내에서 다양한 예술의 융ㆍ복합을 시도하며 실험적인 전시를 해온 사비나미술관이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신사옥을 마련하고 29일 새로 문을 열었다. 1996년 서울 인사동에서 시작해 2002년 안국동으로 옮긴 뒤 16년만의 이사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전시 기획만으로 관객을 모았던 미술관의 역할은 끝났다”며 “전시 관람뿐 아니라 관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영감을 얻고, 휴식할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곳이 돼야 한다”고 이전한 이유를 밝혔다.

사비나미술관 외관에 적혀 있는 김승영의 ‘말의 풍경’. 사비나미술관 제공
사비나미술관 외관에 적혀 있는 김승영의 ‘말의 풍경’. 사비나미술관 제공

미술관은 건축에서부터 재미를 추구했다. 삼각형으로 지어진 5층 건물은 정면에 창문이 없다. 출입구도 뾰족한 모서리 아래에 비밀스럽게 마련됐다.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건물을 두른 흰 벽돌 위에는 ‘잠깐 쉬어가도 돼’, ‘간소하게 살자’ 등의 철학적 문구를 새긴 김승영의 ‘말의 풍경’이 북한산 둘레길을 산책하던 이들의 마음을 간질인다. 건물 내 삼각형 모서리 빛의 반사효과를 노린 황선태의 ‘빛이 드는 공간’과 미술관 외벽을 타고 자라나는 듯한 소나무를 표현한 이길래의 ‘소나무 2018-0’ 등은 관객들에게 ‘숨은 보물찾기’와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4층 사무실 미닫이 철제문에는 온 힘을 다해 문을 끌어당기는 듯한 동그란 형태의 캐릭터를 양대원 작가가 그려 넣었다.

티쉬코브의 ‘사적인 달’ 작품이 설치된 5층과 옥상에서는 설치뿐 아니라 행위예술, 음악회, 다원문화 등 실험적인 예술작품을 위한 공간으로 꾸려진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했다는 이점을 살려 북한산을 사방에서 조망할 수 있게 확 트였다.

메인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는 2~4층도 별도로 구획되지 않고 열려 있다. 다양한 작품을 자유롭게 기획하고자 한다는 미술관의 요구를 건축가가 받아들여 설계했다. 설계를 맡은 공간그룹의 이충헌 팀장은 “전시 작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빛과 창문을 측면에 모두 없앤 대신 천창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빛을 가져왔다”며 “미술관 공간에 맞게 건축 재료를 최소화하고, 열린 공간의 느낌을 주기 위해 밝은 콘크리트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10년간 매일 나뭇잎을 주워 그린 뒤 일기를 써온 허윤희의 ‘나뭇잎일기’ 설치 모습. 사비나미술관 제공
10년간 매일 나뭇잎을 주워 그린 뒤 일기를 써온 허윤희의 ‘나뭇잎일기’ 설치 모습. 사비나미술관 제공
관객이 직접 돔 안에서 명상, 사색할 수 있도록 만든 김지수, 김선명의 ‘페트리코’. 사비나미술관 제공
관객이 직접 돔 안에서 명상, 사색할 수 있도록 만든 김지수, 김선명의 ‘페트리코’. 사비나미술관 제공

재개관전으로는 관객에게 영감을 주고,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예술가의 명상법’ 전을 마련했다. 매일 산책길에 주운 나뭇잎 한 장을 그리고, 일기를 쓴 허윤희 작가의 ‘나뭇잎일기’, 1,095일간 매일 아크릴판에 화선지를 놓고 분무기로 물을 뿌린 뒤 붓에 물감을 묻혀 하나의 선을 그으며 자기 훈련의 시간을 가진 강운의 ‘D-1095’ 등은 예술가들의 성찰 과정을 따라가며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뇌파인식 헤드셋을 쓰면 관객의 집중도에 따라 팝콘이 튀겨지는 이준의 ‘팝콘 마인드’, 이끼가 깔린 바닥 위로 그물망이 있고, 천연 식물의 향이 분사되는 돔 형식이 인상적인 김지수, 김선명의 ‘페트리코’ 등은 관객이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미술관은 은평구 1호 미술관이 됐다. 이 관장은 “다양한 실험을 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 이 곳을 택했지만, 은평의 랜드마크이자 글로벌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29일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이 이일호의 ‘생과사’ 옆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이 관장은 이날 재개관전에 맞춰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9일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이 이일호의 ‘생과사’ 옆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이 관장은 이날 재개관전에 맞춰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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